기자 폭행, 때리고 또 때리고..."사회주의 경호?"

입력 2017-12-14 18:22
중국 경호원들, 방중취재 靑 사진기자 집단폭행 전모

기자 폭행, 취재비표 제시해도 출입제지…항의하자 메다꽂고 얼굴 발길질

기자 폭행 이후 뜯어말리던 청와대 직원들한테도 무력행사

기자 폭행 또? 2013년 朴순방 때도 취재기자 폭행



기자 폭행은 상습적이었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행사를 동행 취재하던 청와대 사진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 의해 집단 폭행을 당해 청와대가 중국 측에 엄중 항의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박근혜 순방 때도 취재기자 폭행 사태가 있었다는 점에서 중국의 과잉 경호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기레기들의 과잉 취재 탓’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워낙 사안의 중대성이 커 기자 폭행은 단순히 기레기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기자를 폭행한 경호원들이 중국 공안(公安)인지, 행사를 주최한 코트라가 고용한 현지 사설 보안업체 직원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기자뿐 아니라 이를 말리던 청와대 직원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도적으로 폭행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사드 문제에 대한 ‘감정 폭발’이라는 해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방중 취재단을 대표해 당시 행사를 취재하며 상황을 목격했던 기자와 청와대 측의 전언 등을 통해 폭행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한 결과, 중국 경호원들은 과도한 취재 통제에 항의하는 한국 사진기자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방중 이틀째인 14일 오전 이날 첫 공식 행사인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 개막식에 참석했다. 격려사와 타징을 마친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 부스를 돌아보다가 맞은편 전시장으로 가기 위해 중앙 복도를 통해 이동했다.

행사 취재 허용 비표를 목에 걸고 있던 청와대 기자단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의 뒤를 따라 이동했지만, 갑자기 중국 경호원들이 가로막았다.

결국, 문 대통령과 청와대 소속 경호관들만 빠져나가게 됐고, 이에 한국일보 사진기자 A씨가 취재 방해에 항의하자 중국 경호원이 그의 멱살을 잡고 내동댕이쳤다.

폭행으로 넘어진 기자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이 장면을 연합뉴스 기자가 촬영하려 하자 다른 중국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카메라를 빼앗아 던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일단 폭행을 당하거나 폭행을 목격한 기자들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문 대통령이 있는 맞은편 홀로 이동하려 했으나 입구에서 또 다른 중국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취재 허용 비표를 보여줬지만 막무가내였고, 이에 매일경제 사진기자 B씨와 중국 경호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급기야 해당 경호원은 그를 복도로 끌고 나가 동료들과 함께 집단 구타를 시작했다. 옆에 있던 청와대 직원들과 다른 기자들이 뜯어말렸지만 소용 없었다.

15명이 넘는 중국 경호원들은 해당 사진기자를 에워싸고 집단으로 주먹질하기 시작했고 바닥에 쓰러진 기자의 얼굴을 구둣발로 세게 걷어차기까지 했다. 폭행을 당한 해당 기자는 안구출혈을 일으키는 등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당시 폭행 현장 주변에는 청와대 경호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근처에 있던 청와대 직원은 "우리 경호 어디 있느냐. 좀 도와달라"고 큰소리로 수차례 외쳤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경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 경호원들은 폭행을 뜯어말리던 한 청와대 직원의 뒷덜미를 잡고 넘어뜨렸고, 다른 청와대 직원도 몸으로 밀어붙였다.

기자 폭행 상황은 2∼3분 이어졌고, 상황이 종료된 이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청와대 경호팀 직원은 "진상 파악을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대통령을 수행하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상황을 파악하고 뒤늦게 현장으로 달려왔다. 윤 수석은 "빨리 병원으로 보내라. 대통령 의료진에게 진료받게 하라"고 조치했다. 폭행당한 기자들은 조어대로 옮겨져 진료를 받았지만,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외부 대형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청와대 경호처와 외교부는 중국 경호원들의 폭행사건을 진상조사해 공식항의하겠다는 뜻을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전해왔다.

당시 기자 폭행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중국 경호원들의 지나친 통제로 취재진과 물리적 충돌 징후가 있어 춘추관이 경호처에 해당사항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경호팀에서 별도의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해외에 나오시면 경호팀 인원이 국내와 달리 적을 수밖에 없어 대통령 중심의 경호활동을 하고 좀 떨어진 부분에는 인원이 별로 없다"며 "무전으로 소란을 듣고 가봤더니 이미 폭행이 진행된 상황이었고, 경호팀 직원 3명이 분리하느라 나름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 상황에 대한 목격이 늦었고, 굉장히 마음 아프고 죄송하다"고 했다.

앞서 전날 저녁 조어대 14호각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중국 경호원의 강압적 태도로 사진기자들과 몸싸움이 있었다. 중국 측 경호원은 문 대통령 입장에 앞서 행사장에 대기하던 취재진을 무대 뒤로 이동할 것을 강압적으로 지시했고, 이에 사진기자들이 강력히 항의했다.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이 나와 중국 측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사진기자들은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중국 측 경호원과 취재진과의 마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6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중국 시안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이 과잉경호를 하면서 청와대 취재기자를 밀쳐내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자유스러운’ 한국 취재 문화에서 대단히 낯설은 ‘중국식 사회주의’ 취재 문화를 한국 언론들이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기자 폭행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