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트럼프의 위기 탈출법?

입력 2017-12-07 08:51
트럼프,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공식선언…아랍·이슬람 반발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선언 파문...테러 잇따를 듯

국제사회 비판 속 중동정세 악화·테러 우려…"지옥문을 연 결정"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공식 선언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재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 또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도 지시했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은 이 때문에 외신 보도 직후, 주요 포털 핫이슈 국제 뉴스로 부상했으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 역시 뜨겁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선언은, 사실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장기 분쟁의 뇌관이었던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를 놓고 미국이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을 제외한 전 세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아랍국가와 이슬람권이 극력 반발하는 등 중동지역 정세의 불안정성이 고조되면서 테러 등 유혈사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결정을 질타해 미국이 고립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견을 통해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라면서 "오늘의 발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대한 새로운 해법의 시작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전임 대통령들은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공약을 지키지 못했지만 나는 지킨다"며 "오늘의 조치는 미국의 이해관계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 추구에도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과 지속적인 평화협정을 위해 오래전에 진작 했었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다른 주권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수도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 주권국가이며, 이를 인정하는 것이 평화를 얻는 데도 필요한 조건"이라며 "현실에 대한 인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옳은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에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작업에 즉각 착수토록 지시했으나, 대사관 이전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대사관 이전을 6개월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평화협정 촉진에 도움이 되도록 깊이 헌신할 것이며, 이러한 협정을 견인하기 위해 권한 내에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양쪽 모두 동의한다면 미국은 '2국가 해법'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국가 해법'은 1967년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건설해 영구히 분쟁을 없애자는 평화공존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중동지역에 파견해 "극단주의를 물리치기 위해 중동 전역의 파트너들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은 1995년 제정된 '예루살렘 대사관법'에 따라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야 하지만, 그동안 국익과 외교적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이를 6개월마다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과 미국대사관 이전을 공식 천명했지만, 이는 지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미국의 외교 정책을 뒤집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중재 노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이자 평화협상 대표는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2국가 해법'을 파괴했다"고 성토했으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어쨌든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의 독특한 성격을 무시하고 '이스라엘 땅'이라고 선언하자,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은 물론 유엔, 유럽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반대에 나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진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탈피한 까닭에 외교적 후유증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상실을 자초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스라엘만 찬성하는 고립무원의 선택인 셈이다. 무기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한 트럼프의 극단적 행동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에서 전선(戰線)을 확대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휘발성 높은 선택지를 굳이 이 시점에 꺼내 든 배경을 두고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자신에 대한 위기를 탈피하기 위한 극단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