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기로'…에어포켓·물속 창문 틈으로 7명 구사일생
낚시객 3명 에어포켓서 1시간 30분 넘게 버티다 구조돼
에어포켓은 존재했다. 세월호 때도 에어포켓은 아마 일정시간 존재했을 것이다. 에어포켓은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당시 ‘생명 구조’와 연관을 짓지 못했다.
그러나 2017년, 지금은 달랐다. 에어포켓에서 버텼고, 구조대는 이들을 구해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 낚시 어선 선창1호(9.77t급)의 생존자 7명은 에어포켓의 도움을 받는 등 천신만고 끝에 극적으로 구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는 3일 오전 6시 9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발생했다.
낚시 어선 선창1호가 급유선 명진15호(336t급)와 충돌하면서 낚싯배에 타고 있던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워낙 순식간에 발생한 충돌 사고여서 선실 내에 있던 낚시객 대다수는 뒤집힌 배에서 밖으로 탈출하지 못한 채 숨졌다.
사망자 13명 중 11명은 선내에서 발견됐고,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숨진 사망자는 2명에 불과하다.
같은 배에 탄 낚시객들이지만 생사의 갈림길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서모(37)씨 등 3명은 선실 밖에 있다가 충돌과 함께 바다에 떨어진 뒤 구조됐다.
서씨와 동생(35), 동생의 동료 김모(27)씨 등 3명은 선실 내부가 비좁아 배 외부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있다가 충돌과 함께 바다에 떨어진 뒤 주변에 떠 있던 스티로폼을 잡고 버텼다.
이들은 약 10∼15분 사고 현장 근처에서 표류하다가 사고 상대 선박인 급유선 선원들의 구조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송모(42)씨는 충돌 후 배가 뒤집혀 선실에 갇혔지만, 깨진 창문을 통해 자력으로 빠져나와 급유선 선원에 의해 간신히 구조됐다.
뒤집힌 배 안의 '에어포켓'에서 1시간 30분 이상을 버티다 구조된 이들도 3명이 있었다.
에어포켓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물에 잠기지 않아 공기층이 형성돼 있는 곳을 말한다.
누리꾼들은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 때도 에어포켓이 존재했을 것이고 분명 1시간 이상 버틴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라며 "구조만 했어도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심모(31)씨 등 3명은 뒤집힌 선창1호 내부 조타실의 에어포켓에서 기다리다가 오전 7시 43분 해경 인천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해경 관계자는 "선창1호가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이어서 충돌 후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일부는 수면에 떠 있었다"며 "잠수능력이 있는 인천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뒤 에어포켓에서 버티던 생존자 3명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에어포켓 등을 통해 생존한 승객들의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씨 일행과 송씨 등 4명은 길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물에서 자력으로 탈출한 송씨가 폐렴 증상을 보였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포켓에서 구조된 3명도 모두 퇴원했다.
심씨 등 2명은 시화병원에서, 이모(32)씨는 인하대병원에서 퇴원했다.
에어포켓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