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경고 그림' 된다? 안된다?…국민건강권은?

입력 2017-11-30 16:33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그림을 붙이도록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일부 의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상황이어서 개정안 반대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의 건강권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법사위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개정안은 아이코스, 글로, 릴 등 최근 인기가 높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담배부담금)을 20개비당 438원에서 750원(일반담배의 89.1%)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담배와 같이 폐암·후두암·심장질환 등 10종의 경고그림과 경고 문구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현재는 주사기 그림과 '중독 위험'이란 문구만 있을 뿐이다.

개정안은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 통과도 무난한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경고그림 부착 유예기간을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유 의원의 발언을 이어받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식약처에서 유해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유해성이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일반담배와 동일한 경고 문구를 삽입하는 것은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 역시 "경고그림 시안을 봤는데 너무 심각하다. 유해성 입증도 안 됐는데 경고그림을 넣어달라고 조르는 것"이라면서 개정안을 법안심사 소위로 되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스위스 베른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다양한 발암물질 포함돼 있고,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근거가 없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없다거나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타르가 검출됐다"며 "궐련형 담배 역시 건강에 나쁜 만큼 규제를 가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니코틴이나 타르가 유해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건강에) 나쁜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어 "이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 아닌 만큼 철학에 따라 자유투표를 해보는 것이 어떤가 생각이 든다"고 제안했고, 결국 다음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밖에 법사위는 초등학교 유휴교실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도 법안심사 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보건복지위는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치원과 각급 학교는 교육부·교육감이 관할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이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어서 보건복지위 소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