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웃고, 크레인 기사는 '2년 징역' 울고

입력 2017-11-30 16:02
'비선진료 방조' 이영선 2심 집유석방…"궁극적 책임은 대통령"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이영선 전 행정관 시선집중

서울고법, 이영선에 1심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이영선 "죄송·드릴 말씀 없다"…가족 얘기엔 고개 숙여



이영선이 당초 예상대로 자유를 만끽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묵인하고 최순실씨에게 차명폰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것.

이영선은 이 때문에 주요 포털 핫이슈 키워드로 등극했으며 이를 두고 갑론을박 역시 뜨겁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준 부장판사)는 30일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은 이영선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영선 씨는 이날 선고 직후 풀려났다.

재판부는 이영선 씨에게 제기된 혐의 중 차명 전화 개통 등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지만 이씨의 지위나 범행 내용 등에 비춰 원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피고인(이영선)은 무면허 의료인을 청와대에 출입시켰다. 이는 대통령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서 대통령을 수행하는 피고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영선이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3차례나 증인 출석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 규명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영선이 대통령 탄핵 사건에 증인으로 나가 위증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 판단을 방해했고, 수십 개의 차명폰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등에게 제공한 것에 대해선 “국정농단 사태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도 질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의 지위나 업무 내용 등에 비추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청와대 내에서도 받으려는 대통령의 의사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만큼 피고인에 대해선 비난 가능성이 작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영선이 차명폰을 제공한 것 역시 대통령의 묵인 아래 안봉근 전 비서관 등 상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무면허 의료인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아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이영선 씨가 헌재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도 "위증이 큰 잘못이긴 하지만 그 증언이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었고, 헌재는 피고인의 위증에도 불구하고 탄핵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영선 씨가 국정농단 주요 사건의 주범이나 공범이 아닌 데다 자신의 행위로 초래된 결과를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는 점, 이미 이 사건으로 청와대 경호관에서 파면된 점 등도 감형 이유로 설명했다.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곧바로 풀려난 이영선 씨는 선고 결과에 대한 반응이나 그간의 심경 등을 묻는 말에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다만 가족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으냐고 묻자 고개를 숙였다.

이영선은 청와대 근무 시절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줌마' 등으로 일컬어진 무면허 의료인의 청와대 출입을 돕고(의료법 위반 방조), 타인 명의로 차명폰을 개통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에게 제공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3차례에 걸쳐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고(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서 의상비를 받아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이영선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상관의 지시를 거역하기 어려운 위치였던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누리꾼들은 “최순실 때문에 대검 돌진한 크레인 기사는 2년 징역이고 나라를 말어먹는고 반성을 전혀하지 않는 인물은 집행유해이고. 적폐판사들, 너네가 제정신이냐?”라며 “이러면서 사법의 존엄성을 운운하네요” 등 비판적 의견을 개진 중이다.

이영선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