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화산, 文 대통령 '전세기 파견' 카드 꺼냈다

입력 2017-11-29 10:57
발리 화산 폭발 카운트다운...여행객 악몽 된 발리 섬

발리 화산으로 발묶인 승객 12만명으로 급증

현지언론 "발리 화산으로 이틀간 860여편 결항"…배·버스로 우회 출국 잇따라

문 대통령, '화산 분화' 발리에 전세기 파견 검토 지시



발리 화산으로 발리 섬이 ‘악몽의 섬’으로 바뀌었다.

발리 화산 분화로 세계적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항공교통이 마비되면서 12만명에 달하는 여행객이 현지에 발이 묶인 것.

지난 28일 인도네시아 항공당국은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의 폐쇄 기간을 29일 오전까지로 24시간 연장했다.

리푸탄6 등 현지 언론은 이로 인해 국제선 이착륙편 176편을 비롯해 발리 섬을 드나드는 항공편 419편이 추가로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이미 취소된 항공편(445편)을 포함하면 이틀 사이 860여편의 항공편이 결항된 셈이다.

발리 화산 폭발 가능성이 알려진 뒤 졸지에 발리 섬에 갇히는 신세가 된 여행객은 1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공항 폐쇄가 장기화할 경우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AFP 통신 등 외신은 공항에 발이 묶인 여행객 상당수가 출국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고 전했다. 인도 각지에 사는 일가친척 20여명과 발리로 가족 여행을 왔다는 무케쉬 쿠마르 굽타는 "발리 화산으로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인도로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직 출국까지 시간이 남은 여행객들도 발리 화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발이 묶일 수 있다는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독일 국적 대학생인 알렉스 탐은 "금요일(12월 1일) 싱가포르를 거쳐 독일로 돌아가야 하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정말로 위험한 거냐, (화산이) 터질거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여행객 일부는 무비자 체류기간이 초과되거나, 비자가 만료돼 난감한 입장에 처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초과되는 일수 당 30만 루피아(약 2만4천원)를 납부해야 출국이 허용된다. 취소된 항공권을 지닌 채 현지 이민청을 방문하면 체류기간을 연장받을 수 있지만 현지 사정에 밝지 않은 여행객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 발리 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은 1963년 마지막 대규모 분화 당시 10억t 이상의 분출물을 뿜어내 주변 주민 1천100여명이 숨지는 참사를 빚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25일부터 본격적인 분화에 들어간 아궁 화산이 50여년 전과 유사한 활동 패턴을 보인다면서 대규모 분화가 임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 소속 전문가인 게데 수안티카는 화산 지하의 진동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더 큰 분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 전개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발리 화산 분화로 공항이 폐쇄되면서 이동이 제한된 인도네시아 발리의 교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전세기 파견을 검토하라고 외교부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가안정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발리 교민과 관광객의 안전한 호송을 위해 전세기 파견을 포함한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하라"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앞서 외교부는 발리에 신속대응팀을 파견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 폭발 조짐을 보이는 발리 화산 분화 영향으로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이 폐쇄돼 현지에 있는 우리 국민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발리에 발이 묶인 우리 관광객은 최대 1천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발리 화산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