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최대 일간지들, 해리 왕자 약혼녀 혼혈·이혼녀 부각

입력 2017-11-28 21:33


영국 해리 왕자(33)와 미국 여배우 메건 마클(36)의 결혼 발표에 영국 최대부수의 신문들은 마클이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이며 이혼녀라는 배경을 부각한 듯한 보도를 빼놓지 않았다.

영국 전체 신문을 통틀어 발행부수 1위인 대중지 '더선'은 28일(현지시간) 온라인판 메인 기사로 "틀 깨기…메건 마클 같은 왕실은 결코 없었다 - 하지만 그녀는 위압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더선은 "혼혈 출신의 이혼녀, 해리 왕자의 약혼녀는 수년간 자신의 길을 개척해오고 있다"는 부제를 달았다.

신문은 마클이 지난 2015년 엘르 잡지와 가진 인터뷰 내용 등을 인용하면서 백인 주민들이 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부유한 동네에서 자란 마클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다르다는 점을 알았다고 썼다.

신문은 마클이 11세 때 당시 힐러리 클린턴 퍼스트레이디에게 여성을 주방에서 일이나 하는 사람쯤으로 묘사하는 TV광고를 비난하는 편지를 보낸 얘기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적 분위기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했다는 사례들을 나열하면서 마클이 "위압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행부수 2위의 신문인 대중지 데일리 메일의 온라인판은 이날 "어떻게 메건이 LA의 지저분한 공동주택에서 궁으로 왔나? 아버지에게서 야심을, 어머니에게서 히피성향을 물려받다"는 제목으로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들은 마클의 살아온 얘기와 가족사 등을 전했다.

데일리 메일 온라인판의 제목은 마클이 해리 왕자와 결혼하는 '신데렐라'임을 부각한 것이다.

마클이 해리 왕자와 결혼하는 것을 두고 영국 왕실이 다민족 사회로 변한 영국의 현실을 포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혼혈 여성이 영국 왕실 일원이 되는 것을 환영하는 목소리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나오고 있지만, 최대부수 신문들이 이런 제목을 뽑은 것은 역설적으로 영국 사회가 인종차별적인 분위기가 적지 않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해리 왕자가 사는 켄싱턴궁은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확인하면서 소셜미디어 등에서 나오는 마클을 향한 "인종차별적 반응"들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또 마클은 전날 해리 왕자와 함께 출연한 BBC 인터뷰에서 혼혈이라는 배경 때문에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어 "낙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마클은 "세상에 이런 분위기, 그거(출신 배경)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며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정말로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영국 정부 의뢰로 처음 나온 보고서는 영국 사회에서 빈곤·생활수준, 교육, 환경, 주택, 치안, 범죄사법처리, 보건, 공공부문 등에서 인종차별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는 실상을 드러낸 바 있다.

아울러 영국에서는 잇단 이슬람국가(IS) 테러를 계기로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