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진앙서 거리 4㎞ 떨어진 곳에도 액상화 흔적

입력 2017-11-20 23:47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에 따른 액상화 현상이 흥해읍 내륙 한 레미콘 공장 옆 논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전문가팀은 지진이 나고 진앙인 흥해읍 망천리 반경 5.5㎞ 가운데 바다 쪽으로 동쪽 지역 논과 백사장에서 주로 액상화 현상을 발견해 조사를 벌였다.

이번에 액상화가 나타난 곳은 반대편인 서쪽 내륙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조만간 현장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항지진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액상화는 강한 지진 흔들림으로 땅 아래 있던 흙탕물이 지표면 위로 솟아올라 지반이 순간적으로 액체와 같은 상태로 변화하는 현상이다. 땅을 받치고 있던 물 등이 빠졌기 때문에 일부에서 지반침하가 일어날 수도 있다.

20일 흥해읍 덕장리에 있는 한 레미콘 공장과 인접한 논으로 들어가니 바닥 곳곳이 지진 영향을 받아 갈라져 있었다. 논바닥 대부분은 바싹 말라 딱딱했지만 일부 수m 구간에는 물이 차 있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다른 논으로 들어가니 기존에 있던 진흙과 확연히 다른 회색 모래가 물에 젖은 채 쌓여 있다.

덕장리 한 주민은 "지난 15일 지진 발생 뒤 논에 와보니 붉은색 물이 논 곳곳에 차있었다"며 "평소 같으면 바싹 말라 있는 논에 물이 있어 깜짝 놀랐다. 난생처음 보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측은 "액상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내일 당장 현장 조사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국내 활성단층 지도 제작을 하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팀도 진앙이 있는 흥해읍뿐만 아니라 도심인 북구 포항고등학교 등 일부 학교 운동장에서 액상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진앙과 10여㎞ 떨어진 남구 송도동 주택가와 해수욕장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교수는 "지진 후 포항 곳곳에서 액상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계속해서 정밀 조사를 벌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