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임신중절 허용을 주장하는 '낙태죄 폐지' 청원인들 사이에 먹는 낙태약 '미프진'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낙태약 복용 후 부작용 위험이 더 크다며 복용에 주의를 당부했다.
당장 낙태가 불법이라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음성적인 경로로 약을 취득, 복용했을 때 하혈, 쇼크 등 여성 건강에 심각한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유산을 유도해 이른바 '먹는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은 1980년대 프랑스에서 개발돼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 61개국에서 판매되는 전문의약품이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이 가능하다.
태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고 자궁을 수축해 유산을 유도한다. 인공적으로 하혈시켜 이미 자라는 태아를 체외로 내보내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형법에서 낙태를 금하고 있으므로 미프진의 유통 자체가 불법이다.
그러나 최근 낙태죄 폐지 청원 속 먹는 낙태약을 허용해달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미프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쪽에서 미프진에 대해 '12주 안에만 복용하면 생리통 수준과 약간의 출혈로 안전하게 낙태된다'고 주장하는 데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회장은 "미프진은 신장이나 간에 문제가 있거나 출혈 경향이 있는 여성에게는 금기 약물"이라며 "불완전 유산 등으로 하혈이 계속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될 의약품"이라고 지적했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먹는 낙태약은 태반 일부가 자궁에 남아 출혈을 일으키는 불완전 유산 위험이 있다"며 "출혈이 심하면 산모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고 우려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간선제) 역시 "모자보건법에 대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개정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자가 임신중절 의약품의 도입 허용에 대하여는 심각한 부작용 등으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낙태죄 폐지 청원과 함께 미프진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오히려 의약품의 오남용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미프진이 안전하다고 허용해달라는 주장이 계속 보도되면서 이제는 모든 환자가 불법 낙태약의 유통 및 입수 경로를 알게 된 상황"이라며 "낙태약의 부작용에 대한 인식 없이 소변 검사 등 불분명한 임신 진단으로 스스로 복용하는 환자들이 있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