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호 판사, 우병우 '이름 석자'만 '눈' 감았다?

입력 2017-11-20 11:14
권순호 판사 '등장' 이후 '적폐 수사' 기각된다?(종합)

권순호 판사, 우병우 장모 회사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

‘우병우 라인 영장’ 족집게처럼 뽑아내는 권순호 판사 시선집중



권순호 판사와 우병우가 핫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다.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최근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또 기각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권순호 판사가 이를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이 때문에 권순호 판사가 누구인지, 또 얼마나 ‘기각’에 방점을 뒀는지도 핫이슈로 떠올랐다.

권순호 판사가 이처럼 비판을 받고 있는 까닭은 사실상 우병우 전 수석과 관련된 모든 영장은 기각되고 있기 때문.

한겨레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가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가 대표로 있는 삼남개발과 관련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판사가 기각했다”고 20일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우병우의 우자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희한하게 그 영장만 족집게로 뽑아내듯 기각 했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권순호 판사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있는 우병우 라인” “우병우 라인이 마지막까지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이다.

권순호 판사가 이처럼 조명을 받으면서 '영장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영장판사들의 수상한(?) 판단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검찰이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얘기냐"라는 격한 반응이 나오는 상황.

서울중앙지검 내부에서는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재판부가 권순호 부장판사, 오민석 부장판사, 강부영 판사 셋으로 바뀌고 나서, 부쩍 '적폐 수사' 관련 중요 사건 구속영장이 다수 기각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 활동 막바지 때인 지난 2월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어 국정농단 수사 배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이 6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청구한 두 차례 구속영장도 기각됐고, 최근에는 윤석열 지검장 부임 이후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현직 임원 2명의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다.

'적폐 수사'의 본류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법원이 법정에 들어서는 박영수 특검에게 물병을 던진 김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도 검찰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검 수사 과정의 결정적 변곡점이 된 것으로 평가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을 발부한 이는 전임 영장 전담 재판부에 속한 한정석 판사였다.

한편 과거 법원과 검찰이 영장을 놓고 가장 격렬하게 대립했던 것은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론스타 사건 수사 때다. 당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론스타 임원들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은 12차례나 기각됐다. 외환은행 주가 조작 혐의로 체포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경우 4번 연속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당시 검찰 중견 간부가 "남의 장사에 거의 인분을 들이붓는 격"이라는 적나라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유 대표 측과 관련된 고위 판사가 영향력을 발휘한 '전관예우'가 의심된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돌았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당시 이끌던 중수부에는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속해있었다.

검찰을 향해 법원 관계자는 "상사법 공부를 좀 더 하셔야겠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해외 투기자본의 비리 의혹을 겨냥한 수사의 당위성은 수긍이 가지만 전반적인 수사가 국제 규범이나 상법 이론으로 정교하게 무장한 게 아니라 명분을 앞세워 다소 거칠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점을 지적한 표현으로 풀이됐다.

2007년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달아 기각됐을 때도 "사법정의가 실종됐다"(검찰), "형사소송법 원리를 망각했다"(법원)는 설전을 주고받았다. 2010년에는 서울 홍은동 여중생 시신을 훼손 사건의 19세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섯 차례나 기각·각하되며 마찰을 빚었다.

어쨌든 우병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가 대표로 있는 삼남개발과 관련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판사가 기각한 것을 두고 인터넷에서는 영장을 기각한 권순호 부장판사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했다.

권순호 판사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