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초대형 투자은행 선정 결과를 두고 은행업권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초대형 투자은행은 단기자금을 조달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게 목적인데, 본래 취지 대신에 대출 업무에만 치중할 거라는 게 은행권의 주장입니다.
타당한 주장처럼 보이지만, 정작 기업 금융에 적극적이어야 할 은행들은 중소·중견기업 대출은 소홀히 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금융위원회가 인가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5곳 가운데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지정된 한국투자증권이 이달중 발행어음을 통한 단기자금 조달을 시작합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자본만큼의 돈을 조달해 개인이나 기업에 빌려주는 건데, 사실상 시중 은행에서 받는 대출과 같은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은행업권에서는 발행어음과 앞으로 나올 종합투자계좌 IMA 업무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예금·대출 업무를 침범한다고 반발합니다.
<녹취> 은행업계 관계자
"전업주의가 현행 법체계고요.. 그런 상황에서 금투업계에만 겸업을.. 일종의 겸업이라고도 보여질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수신 기능을 준 거니까요"
은행업권은 또 과거 종금사가 해오던 단기대출 업무를 증권사에게 허용해 벤처기업 육성 취지와 달리 대출 장사에 치중할 거라고 비판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주요 금융지주회사의 수익 구조를 분석해보면 정작 기업대출 업무를 할 수 있음에도 외면해온 건 은행업권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 은행이 거둔 순이익은 11조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52%는 가계대출 이자수익이고 나머지 절반인 기업 대출 수익의 30%는 자영업자들의 부동산 담보대출이 차지했습니다.
<녹취>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대기업들이 은행 돈을 안 쓰고 그러다보니까 은행들은 가계나 우량 중소기업 이쪽으로 많이 대출했다. 그러다보니 중소기업은 (은행이) 일일이 다 찾아다니기 어려우니까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그게 현재상황이다"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지정된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으로 거둘 수 있는 이자마진도 1%대에 지나지 않아 연간 수 조원대 이익을 거둔 은행권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초대형 투자은행에 대한 은행권의 주장에 대해 "100% 타당하지도 않다"며 "업권간 영역다툼의 문제"라고 일축했습니다.
높은 예대마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이 기존 대출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 채 '똑같은 혜택'을 달라는 주장만 반복한다면 정책 당국과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