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계속되어온 국내 유통업계 1·2위인 롯데와 신세계의 '인천대전'이 롯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대법원 민사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신세계가 인천광역시와 롯데인천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롯데와 신세계는 인천종합터미널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의 영업권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쳐왔습니다.
인천 남구 관교동의 인천터미널 일대는 신세계가 지난 20년간 공들여 키운 인천 최대 상권입니다. 신세계는 1997년 남구 용현동에 있던 버스터미널을 현 위치로 이전함과 동시에 터미널 부지를 20년 장기 임차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개관,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2012년 9월 롯데가 인천광역시로부터 인천종합터미널 부지와 건물 일체를 9000억원에 매입하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최종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천시는 원래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가 아닌 롯데쇼핑과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이에 신세계는 인천시가 더 비싼 가격에 터미널을 팔 목적으로 롯데와 접촉했고, 비밀리에 롯데 측에 사전실사·개발안 검토 기회를 주는 등 특혜를 줬다며 인천시와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 법원은 "인천시가 터미널 매각 시 다른 업체들에도 매수 참여 기회를 줬기 때문에 롯데에만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없다"며 인천시와 롯데의 손을 들어줬고, 신세계가 상고해 대법원 판결만 남겨둔 상태였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임차계약 만료 시한이 오는 19일이어서 새 건물주인 롯데는 날짜에 맞춰 영업장을 비워달라고 신세계에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신세계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나갈 수 없다"며 버텨왔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롯데 승소로 최종 결정이 났지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신세계는 지난 2011년 1450억원을 투자해 터미널 부지에 1만7520㎡의 매장을 증축했고 자동차 870여대를 수용하는 주차타워도 세웠습니다. 새로 증축한 매장 면적은 전체 매장 면적의 27%에 달합니다.
신세계는 이를 인천시에 기부채납하며 2031년까지 20년간 임차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신세계는 2011년 증축한 매장과 주차타워에서는 앞으로 14년간 더 영업할 수 있는 셈입니다. 대법원이 롯데의 손을 들어줬지만 한 터미널 안에서 롯데와 신세계 두 백화점이 나란히 영업하는 '한 지붕 두 백화점'의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