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규제' 자초하는 게임업계

입력 2017-11-14 17:54
<앵커>

게임업계의 '눈가리고 아웅'식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모바일게임 결제한도 제한 등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어서 신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리니지2레볼루션이나 서머너스워 등 개별 모바일게임의 매출 1조원 시대가 열렸지만 이들 게임 매출의 대부분이 사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점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나선 건 1년 전 국회의 규제 법안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인터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관계자

"(2016년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안 발의 당시) 게임업계가 자율로 하겠다고 해서 이렇게 좀 진행을 중단한 상태..."

게임업계의 '눈가리고 아웅' 식 자율규제가 문제점을 드러낸 가운데 대한 후폭풍은 전보다 더 크게 돌아올 조짐입니다.

지난해 업계를 한 차례 봐준 국회가 칼날을 겨눴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의무공개 법안을 비롯해 교문위 소위에 계류됐던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안들이 속속 재논의를 준비하고 있고, 여기에 여당에서는 모바일 게임 결제한도 제한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법안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2017년 국회는 한국의 게임 산업을 도박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강원랜드를 들어갈 때는 내가 강원랜드를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가잖아요. 내가 도박을 하러 들어간다는. 그런데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과 MMORPG 시장은 자기가 도박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들어가서 도박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거든요. 그런 것들은 구분을 좀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거죠."

직접적으로 게임업계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는 법안까지 나올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편으로 이같은 움직임은 업계가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용자 보호는 정부가 할 일인데 사실상 손을 놓고 이를 자율 규제라는 식으로 민간이 가져가면서 관리가 허술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게임 심의와 사후 관리를 수행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 이후 권한이 대폭 축소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신설한 게임제도개선 민관 협의체는 의장이 관이 아닌 민간 출신인데다 구성된지 석 달 동안 뚜렷한 안도 내놓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한국 게임에 붙은 '사행성' 꼬리표에 대해 관은 책임을 미루고 민간 자율기구는 제식구 감싸기 식의 태도를 견지하는 가운데, 게임업계의 자성 없이는 결국 더 큰 규제를 스스로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