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물러가라" Vs "친일파 동상 반대" 박정희 동상 논란, 쟁점은?

입력 2017-11-13 18:54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린 13일 동상 설치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충돌했다.

이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하 추진모임)으로부터 이 모임이 미리 제작해둔 높이 4.2m짜리 박 전 대통령 동상의 기증 증서를 전달받았다.

동상 실물 크기 사진이 실린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관 앞 마당에서 열린 행사에는 고영주 전 MBC 이사장 등 동상 설치를 환영하는 인파가 참석했다.

추진모임 이동복 위원은 "세 대통령의 동상을 모실 자리가 서울시에 없다는 것이 엄혹한 현실"이라며 "원래 세종대로, 테헤란로, 전쟁기념관을 생각했는데 모두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 6·25때 한국을 도와준 트루만 대통령, 대한민국 5천년 이래의 번영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좌승희 이사장은 답사를 통해 "원래 오늘 제막식까지 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와의 협의 미흡으로 불가피하게 기증식으로 축소했다"며 "법적 절차를 밟아 동상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좌 이사장은 "대통령 기념관에 동상이 없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그 기념관엔 반드시 주인공의 동상이 있어야 한다. 진영 논리에 따라 반대하고 소란을 피우는 것은 선진 시민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념재단은 이날 기증 증서를 전달받은 후 조만간 서울시에 동상 설치 승인을 정식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이 마당에서 계단 15칸 아래에 있는 인도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와 '박정희동상 설치 저지 마포비상행동'이 동상 설치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정희는 민족을 배반한 친일 군인이자 임시정부의 반대편에서 교전을 수행한 명백한 적국 장교"라며 "청산의 대상이 될지언정 절대 기념 대상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조 적폐 박정희의 동상을 서울시민의 땅에 세우겠다는 준동을 용납할 수 없다"며 "동상 설치를 강행한다면 기필코 저지할 것이며 서울시는 적법 절차를 통해 동상 설치를 불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포구의회 이봉수(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인 14일까지 인도에 항의 천막을 쳐두려고 했으나 기증식 종료 후 동상 설치 찬성 시민 일부가 천막을 부수려 하자 이날 철거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기념재단이 만약 서울시 승인 없이 기습적으로 동상을 설치하면 계고장 발송 등 행정 절차가 복잡해지고 길어진다"며 "기습 설치 가능성에는 계속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행사에 앞서 일부 보수 시민과 진보 시민 간 충돌도 있었다. 이들은 상대를 "친일파", "빨갱이" 등으로 비난하며 설전과 몸싸움을 벌여 경찰이 갈라놓아야 했다.

경찰은 이날 의경 1개 중대 80여명을 동원해 기증식이 열린 마당과 반대 집회가 열린 인도 사이 계단을 두 겹으로 방어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이날 현장을 찾아 기념재단 측과 면담하려 했으나 재단 측 관계자가 나오지 않아 불발됐다. 서울 마포구가 지역구인 노 의원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람인데 왜 마포구에…"라며 동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은 현재 경기도 고양의 모처에 추진모임이 보관 중이다.

추진모임 관계자는 "제막식이 열릴 때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고, 미리 공개하면 공격받을 우려가 있어 지금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