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울고' 쫓겨난 기자들 '웃고'

입력 2017-11-13 17:21
수정 2017-11-13 17:23
김장겸 MBC사장 해임안 가결…노조, 15일 파업중단(종합)

김장겸 해임안 대주주 방문진 의결…이날 주총서 해임 확정 예정

김장겸 사장·야권이사 3명 불참…파업 71일만 'MBC사태' 정상화 가능성

김장겸 사장 "MBC 독립 끝까지 지켜내지 못해 송구"



김장겸 해임안 결정으로 노조가 파업을 중단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13일 김장겸 MBC 사장 해임을 결정했다.

방문진은 이날 오후 여의도 방문진에서 열린 제8차 임시이사회에서 이완기 이사장과 김경환, 김광동, 이진순, 유기철, 최강욱 등 이사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5명, 기권 1명으로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일 불신임안이 가결된 고영주 전 이사장과 이인철, 권혁철 이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장겸 사장의 해임은 이날 오후 6시에 열리는 MBC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MBC의 주주는 지분 70%를 보유한 방문진과 30%를 보유한 정수장학회다.

방문진은 해임안과 관련해 직접 소명을 들어야 한다며 김장겸 사장에게 이사회 출석을 요구했으나 당초 예상대로 김장겸 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방문진의 김경환, 유기철, 이완기, 이진순, 최강욱 등 여권 추천 이사 5명은 지난 1일 ▲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훼손 ▲ 부당전보·징계 등 부당노동행위 실행 ▲ 파업 장기화 과정에서 조직 관리 능력 상실 등 7가지 사유를 들어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제출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야권 추천 김광동 이사는 "해임 결의안에 나와있는 내용의 대부분이 김장겸 사장 선임 이전에 일어난 일이며 서류상의 소명으로는 불충분하다"며 해임안 처리에 반발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김장겸 사장에게 여러 차례 출석 요청을 했고 일부 이사들이 불참했으나 더 이상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표결을 진행했다.

김장겸 사장 해임이 주총에서 확정되면 MBC는 당분간 백종문 부사장이 사장 직무를 대신 수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방문진은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논란과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백 부사장을 조사 중인 점을 고려해 MBC에 공문을 보내 "인사 등 사내 중요한 조치는 유보하고 최소한의 기본 업무만 수행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지난 9월 4일부터 71일째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조)는 김 사장 해임안 결의를 환영하며 이르면 15일 파업을 중단할 계획이다.

MBC노조는 김장겸 사장 해임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김 사장의 해임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회복을 염원하는 촛불의 명령"이라며 "국민과 시청자들이 열어 준 공영방송 복원의 기회를 결코 헛되이 흘려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장겸 사장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한 데 대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정말 집요하고 악착스럽다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며 "권력으로부터 MBC 독립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장겸 사장은 방문진 의결 직후 낸 자료를 통해 "앞으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악순환을 반복하기보다는 제가 마지막 희생자가 되기를 바란다"며 "'민주당 방송 장악 문건'에 따라 자행된 공영방송 장악에 여러 기관과 여러 인사가 연루됐을 텐데 훗날 그분들에게도 뒤탈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장겸 사장은 또 "이제 노영방송으로 되돌아갈 MBC가 국민의 공영방송이 아닌 현 정권의 부역자 방송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과거의 방송에서 보듯이 '김대업 병풍 보도', 'BBK 융단 폭격 보도', '광우병 보도'를 서슴지 않는 MBC 역사의 퇴행을 우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장겸 사장은 "주주총회라는 요식행위가 남아있지만 공영방송 MBC의 사장으로서 언론의 자유 수호, 방송의 독립과 중립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강제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김장겸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