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정국' 맞은 금융권…경영·인사 '공백'

입력 2017-11-13 17:23


<앵커>

11월과 12월, 보통 이맘때면 각 은행이나 금융권이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인물을 발탁해 조직을 추스르는데 한창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다수의 금융지주와 은행권을 중심으로 사정당국의 수사와 조사가 이어진 여파에 금융권이 경영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사정당국의 수사로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우리은행입니다.

채용비리로 이광구 행장이 물러나기로 했지만, 후임 인선에 앞서 관치금융 논란까지 안팎으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현재 손태승 부문장 일임 체제인 우리은행은 행장 인선이 늦어질 수록 내달 초 임기가 끝나는 부행장과 부문장들에 대한 후속 인사도 영향을 받게됩니다.

우리은행은 사업계획에 대해 책임을 질 최고경영자가 사의를 밝힘에 따라 올해로 예정했던 금융지주사 전환과 정부의 보유지분 매각 등 굵직한 현안들도 명확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검찰 수사로 뒤숭숭한 분위기의 NH농협금융지주도 연말 인사를 앞두고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농협금융은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임기를 한 달여 남겨두고 다음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인선을 서두를 예정입니다.

우리은행, NH농협금융지주 뿐만 아니라 K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다른 시중은행과 국책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조차 다음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노조의 의혹제기와 경찰 수사 여파에 거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또 금융감독원이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나서 조사 결과에 따라 경영진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전망입니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KEB하나은행이 오늘 임원급 워크숍을 개최했을뿐,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경영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은행권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장 이후 핀테크, 디지털금융 등 수익원을 발굴하고,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응해야 하는 등 해결할 과제가 쌓여있습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3조원대를 바라보는 은행권이지만 이에 대응할 사업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잇따른 채용비리 파장과 정부의 강도높은 개혁 주문까지 맞물려 힘겨운 연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