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일가족 살해범의 아내가 검찰에 송치되면서 자신도 남편에게 속았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용인동부경찰서는 10일 존속살인 및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정모(32·여)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씨는 이날 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여기 적었어요"라며 자필로 쓴 쪽지를 들어 보였다.
쪽지에는 '저 돈 때문이 아닙니다. 제 딸들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저희 딸들을 납치하고 해한다는데 어느 부모가 화가 안납니까. 저는 남편한테 3년동안 속고 살았습니다. 모든게 거짓이었습니다. 억울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 '죽이고 싶다(했)지, 죽이자 계획한 거 아닙니다'라며 자신의 공모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도 담겼다.
쪽지 내용 중 '저희 딸들을 납치하고 해한다는데'라는 부분의 주체는 남편 김모(35)씨에 의해 피살된 시어머니를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씨는 경찰조사에서 "남편이 '할아버지로부터 100억원대 유산을 물려받기로 돼 있었는데, 어머니가 이를 가로채려고 한다. 먼저 살해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아이들을 납치해 살해할지 모른다'라고 설득해왔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 정씨의 이 같은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또 정씨가 남편의 거짓말에 속아 범행에 개입했다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존속살인 등 공모 혐의가 성립한다는 설명이다.
정씨는 남편 김씨가 지난달 21일 어머니 A(55)씨, 이부(異父)동생 B(14)군, 계부 C(57)씨를 살해한 사건과 관련,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4일 구속됐다.
앞서 김씨는 남편의 범행을 몰랐다고 진술하다가 최근 "사전에 범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라고 자백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 과정에서 정씨가 범행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까지 낸 사실도 확인했다.
범행 전 김씨가 "흉기로 할까, 목을 조를까"라고 묻자 "수건에 약을 묻혀서 코를 막는 방법도 있다"라고 의견을 냈다고 정씨는 진술했다.
하지만 김씨는 "그런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지"라며 정씨의 의견을 무시하고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남편 김씨는 범행 당일 어머니 계좌에서 1억2천여만원을 빼내 이틀 뒤 뉴질랜드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내 정씨는 김씨가 과거 절도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되자 이달 1일 아이들(2세·7개월)과 함께 자진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