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19시간 밤샘조사…"청와대 요구로 특활비 상납" 인정(종합)

입력 2017-11-09 22:43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남재준(73) 전 국정원장이 19시간 동안 이어진 검찰 조사를 마치고 9일 귀가했다.

전날 오후 1시 검찰에 소환됐던 남 전 원장은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조사를 끝내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나왔다. 그는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신문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진실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2003년 4월∼2005년 4월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그는 2013년 3월∼2014년 5월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을 지내며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일명 '문고리 3인방'에게 사용처 공개 의무가 없는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상납해 국고손실을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취임 이후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 매달 5천만원씩 특활비를 보냈다"고 큰 틀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속된 이재만 전 비서관도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원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남 전 원장은 전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라며 검찰 수사에 대응해 국정원 옹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런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해 찬사는 못 받을망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이 벌어져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이 자리를 빌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귀가 직전에도 "제가 억울하다고 얘기한 것이 아니다. 조의를 표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 및 재판 당시 서천호 2차장, 문정욱 국익정보국장, 장호중 감찰실장 등 간부 7명이 참여한 '현안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수사·재판 방해 계획을 보고받는 등 '사법방해' 행위에 가담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시간관계상 사법방해 혐의는 조사하지 못해 추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남 전 원장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한편 10일 오전에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인 이병호 전 원장을 불러 특활비 상납 경위 등을 조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