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징역 구형에 눈물…"탐욕 커 일어난 비극…죄송하다"

입력 2017-11-08 22:47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검찰이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사람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가 주도한 국정농단에 적극 관여했다는 게 법정에서 충분히 입증됐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들이 지난해 12월 8일과 10일 각각 재판에 넘겨진 지 11개월 만이다.

검찰은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보면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함은 마땅하다"면서 "그러나 구속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대통령과 최씨의 내밀한 관계 등을 상세히 진술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기여한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다른 피고인들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고 장씨의 경우 횡령액을 모두 변제해 피해를 회복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장씨의 변호인은 "국정농단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상식보다 탐욕이 커서 만들어낸 비극"이라며 "상식보다 탐욕을 앞세워 후원금을 받았고, 그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의 엄정함에 비추면 피고인이 선처를 받는 게 적절한지 확신이 서진 않지만, 가담의 정도나 반성의 정도를 고려해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개전의 정이 있다고 판단하시면 어린 아들과 평생 자숙하며 살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최후 진술에서 "제가 잘못한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영재센터 후원 강요 부분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사건에서 최씨의 부탁을 받은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후원을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며 해당 혐의는 무죄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 부분이 죄가 안 된다면 나머지 공소사실이 과연 실형을 살아야 할 정도인지, 또 이미 1년간 복역했다는 점을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도 "재판을 통해 저의 부끄러운 일과 행적들이 밝혀졌다. 1년 동안 후회와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어떤 사과의 말로도 모든 게 정상화되진 않겠지만 이제 부끄러운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학자적 양심으로 제가 책임질 부분은 모두 책임지겠다. 국민께 다시 한 번 사죄드리고 평생 참회하는 심정으로 살겠다"고도 말했다.

선고는 다음 달 6일 오후에 이뤄진다.

장씨와 김 전 차관은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과 한국관광공사 자회사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압박해 영재센터 후원금 18억여원을 받아 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로 기소됐다.

장씨는 영재센터를 운영하며 국가보조금 7억1천여만원을 가로채고(보조금관리법 위반·사기),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횡령(업무상 횡령)한 혐의도 있다.

김 전 차관은 K스포츠재단과 최씨가 설립한 회사로 알려진 더블루K가 광역스포츠클럽 운영권 등을 독점하는 이익을 취하도록 문체부 비공개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공무상 비밀 누설)한 혐의 등도 있다.

재판부는 최씨의 경우 이들과 공범으로 기소됐지만 미르·K재단 출연 강요나 삼성의 승마지원 등 다른 사건들과 병합해 함께 결심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씨 사건은 분리해 미르·K재단 출연 강요 사건과 합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