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김장겸 MBC사장 해임안' 논의 10일로 연기

입력 2017-11-08 15:24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을 10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방문진 이완기 이사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김 사장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하고 가급적 많은 이사가 이사회에 참석해 이번 사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오늘 회의를 정회한 후 10일 오후 5시에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일부 이사들의 출장 일정이 9일에는 마무리되므로 이를 배려해 10일에 다시 이사회를 열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 2일 불신임안이 가결된 고영주 전 이사장과, 해외 출장을 떠난 야권 추천 이사 3명이 불참한 채 김 사장의 소명을 듣고 그의 해임안을 논의하려 했다.

그러나 방문진에 온 김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퇴진을 요구하며 항의하자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은 채 "오늘은 회의가 참석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발길을 돌렸다.

이에 방문진은 김 사장의 출석을 다시 요청했으나 김 사장은 "물리적으로 참석이 어렵다. 소명서를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는 의사만 방문진 사무처에 전달했다.

김 사장은 이사회에 제출한 A4용지 12장짜리 서면 소명서를 통해 "올해 2월말 대표이사직에 취임한 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뉴스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정권의 나팔수', '정권에 유리한 기사는 부풀리고 불리한 기사는 줄이거나 뗐다'는 단정적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짓밟았다는 주장이 있으나 30여년간 기자로서 본분을 다해왔다고 자부하며 사장 취임 이후에도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 공정성과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최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회사를 대표해 조사를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제가 부당전보, 부당징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며 "보직 간부들을 상대로 노조탈퇴를 종용한 적도 없고 언론노조가 제기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와 그 어떤 관계도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방문진 이사들은 김 사장의 불출석을 강하게 비판했다.

여권 추천 이진순 이사는 "김 사장이 출석해 소명하겠다고 해 기회를 드리려고 했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참석을 못 한다고 소명서만 던져놓고 갔다"고 말했다.

유기철 이사도 "밀려난 게 아니라 스스로 돌아갔다"며 "애초부터 나올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MBC노조도 이날 김 사장의 서면 소명서에 대해 "거짓말, 뻔뻔스러운 책임 떠넘기기, 억지와 물타기 주장 등으로 채웠다"고 비판했다.

한편 MBC 사측은 이날 김 사장의 이사회 참석 과정에서 노조 조합원과 충돌한 것에 대해 입장자료를 내고 "노조는 무법적 폭력의 겁박 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