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동안 양국 정상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차를 나눠 마시며 '내조 외교'를 펼쳤다.
6월 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두 사람은 청와대 내부를 산책하며 양국 정상 못지않은 돈독한 우의를 다졌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이 시작된 시각인 오후 3시 35분께부터 약 20분간 청와대 본관 1층에 있는 영부인 접견실에서 환담을 진행했다.
김 여사는 "여행이 피곤하진 않았는가"라고 물었고 멜라니아 여사는 "비행기로 와서 편하게 잘 왔다"며 "나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김 여사는 "먼 길 마다치 않고 찾아주셔서 마음을 다해 환영한다"며 "두 분의 국빈방문으로 한국의 평화가 증진되고 양국의 신뢰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이라고 믿고 저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따뜻하게 환대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저도 여사님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좋은 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환담을 마치고 나서 접견실 옆의 무궁화실에 들러서 벽에 걸린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부인들의 존영을 보여줬다.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환담을 마치고 나서 본관을 출발해 소정원을 함께 걸으며 청와대의 가을 풍경을 함께 감상했다.
김 여사는 소정원에 있는 불로문(不老門)의 유래를 비롯해 다양한 야생화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녹지원에 도착해 공식환영식에 참가했던 어린이 환영단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환영식이 끝난 후 어울려 놀다가 녹지원에 온 두 사람을 만난 어린이들은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를 에워싸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린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그린 그림을 선물했고 멜라니아 여사는 "땡큐"를 연발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동요 '반짝반짝 작은별'을 합창한 어린이들은 기념촬영을 함께했다. 멜라니아 여사가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자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손 모양을 만들었다.
두 여사는 쌀쌀한 날씨에도 자신들을 맞이해준 어린이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한국과 미국 국기의 색깔인 흰색, 빨강, 파랑이 들어간 목도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이후 상춘재로 들어가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담소를 나눴다.
모란도 10폭 병풍 앞에 놓인 테이블에서 두 사람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알리고자 특별히 제작된 '평창의 고요한 아침' 차를 마시면서 모란도, 평창올림픽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평창의 고요한 아침' 차는 외국 정상에게 접대하고자 제작된 차로 평창 발왕산에서 자란 수국과 동서양의 허브를 블렌딩한 홍차다.
서로 다른 차가 섞여 더 좋은 맛과 향을 풍기는 차로 거듭난 것처럼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지키자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모란도 병풍은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뜻에서 조선 왕실의 궁중의례 때 쓰이던 전통 소품으로 국빈방문에 걸맞은 예우와 정성을 갖추고 한반도 평화와 한미 우호를 기원하는 뜻에서 선택됐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차담에는 김 여사가 직접 청와대 감나무에 열린 감을 말려 만든 곶감을 쓴 호두곶감쌈에 초콜릿을 입힌 다과가 나왔다.
김 여사는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한 멜라니아 여사에게 한옥을 소개하면서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생각했던 우리의 전통 건축 미학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