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트럼프와 맺은 기막힌 인연‥박영철 바이오리더스 대표

입력 2017-11-07 07:27
수정 2017-11-07 08:27
삶이란 크고 작은 인연들로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좋은 인연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도 하고, 나쁜 인연으로 슬퍼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싫은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인생의 전체 과정을 뒤바꿀 정도의 운명적인 만남도 있다.

특히 서로가 어려울 때 만난 인연이야 말로 그 관계는 더욱 기억에 남는다.

박영철 바이오리더스 대표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 바로 그러하다.

오늘(7일)부터 이틀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이 예정돼있다.

불교에서는 옷깃 한 번 스치는 것도 전생에서 수백겁의 소중한 인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옷깃 한 번 스치는 것도 대단한 인연인데 어려운 시기에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한번 생각나는 때이다.

뉴욕의 트럼프타워로 맺어진 인연



<경향신문 1998년 11월10일 기사>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우건설은 미국의 세계적 부동산 개발업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공동으로 뉴욕 맨하탄의 유엔(UN)본부 부근에 세계 최고층 주거용 건물인 '맨하탄 트럼프 월드 타워'를 건설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그 시절 대우그룹의 직속 부서 해외사업담당으로 재직해있으며 '트럼프 월드타워' 건설에 핵심 인원이었다.

때문에 박 대표와 트럼프는 직접 만나기도 했으며 '트럼프 월드타워' 건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논의를 하기도 했다.

'트럼프 월드타워'는 지하 2층, 지상 70층에 376가구 규모의 최고급 콘도미니엄(분양 아파트)과 헬스클럽, 고급 식당 등 부대시설을 갖춘 주상복합이다.

이 사업은 공사비만 총 2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였다.

문제는 대우건설은 워크아웃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트럼프 또한 유명세와는 달리 부도위기에 처해 있어서 사업추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규모 공사로 리스크는 있었지만 '트럼프 월드타워'가 성공하기만 한다면 양쪽 모두 재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결국 공사는 착수에 들어갔고 약 4년이 지난 2001년 10월 '트럼프월드타워'는 완공됐다.

'트럼프월드타워'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워크아웃 상태였던 대우건설은 이 사업에 벌어들인 수익으로 채권을 갚아나갈 수 있을 정도였고 트럼프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월드타워'의 성공으로 어느정도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이후 대우건설과 트럼프의 인연은 계속되며 대우건설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초고급 주상복합 브랜드로 '트럼프월드'를 사용하게 된다.

올해로 대우건설이 공급한 '트럼프' 브랜드 적용 사업은 총 7곳이다.

박 대표는 맨하탄의 '트럼프 월드타워'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대우그룹의 해체속에 외국계 기업에서 CEO를 지내다 지금은 코넥스 상장기업인 TCM생명과학과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리더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15년도 지난 일이지만 박 대표는 가끔 어려운 그 시절 타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그때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고 말한다.

IMF로 그룹이 최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대우건설이 미국에서 한 첫 콘도미니엄 사업이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당시에는 부동산 사업이 신통치 않아 고민에 빠져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모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에서 진행하는 이 대형 프로젝트에 트럼프라는 브랜드가 없었다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했을테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당시 대우건설에게 브랜드를 빌려주고 트럼프월드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분양하지 못했다면 재기에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 대표는 "뉴욕의 트럼프월드타워 내에 대우건설의 미국법인이 있어 그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이반카 트럼프 등 그의 가족들을 자주 보곤 했다"며 "시간이 지나 지금은 대통령이 됐지만 과거 대우건설 그리고 한국과의 인연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지‥신약 개발 등으로 미국 공략한다"

현재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의 암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까지 자궁경부암을 검사하려면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찾아가 내진을 받아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그러다 보니 검사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진단율이 크게 떨어지고 암 발병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박영철대표가 창업한 TCM생명과학은 바로 이 자궁경부암을 마치 임신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손쉽게 검사할 수 있는 자가검진 키트 '가인패드'를 개발한 회사이다.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팬티라이너 같은 방식을 활용해 자궁경부암 유발 물질인 HPV 바이러스의 존재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박 대표는 "자궁경부암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90%이상 완치할 수 있는데 자궁경부암 검사 방법이 여성들에게 거부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어 조기검진율이 낮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낸 제품"이라고 말한다.

현재 가인패드는 현재 국내에서는 판매가 시작됐으며 미국에서는 본격적인 판매를 위해 FDA 허가가 진행중이다.

또 TCM생명과학의 세포진단 아이템인 셀스퀘어는 우리나라 식약처와 미국 FDA, 유럽의 CE인증을 모두 받은 상태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내 업체와 라이센싱 아웃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현지 병원들과 현재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박 대표가 TCM생명과학을 통해 인수한 코스닥 상장기업 바이오리더스는 자궁경부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이다.

자궁경부암이 발생하기 전단계인 자궁경부상피이형증 신약의 임상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박 대표의 꿈은 크다.

자궁경부암 치료제 시장이 워낙 큰데다 TCM생명과학이 개발한 자가검진 키트인 '가인패드'는 지금까지의 검사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상품인데다 바이오리더스의 자궁경부상피이형증 신약은 동종 최초신약(first-in-class)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제는 대통령의 신분이 된 트럼프를 예전처럼 쉽게 만날 순 없지만 이번 국빈방문이 우리나라와 미국간 외교·통상 이슈들의 일보 진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기업인으로서 미국 시장 등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