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월급없이 18년 농장 막일…열악한 쪽방서 지내

입력 2017-11-03 17:47


충북 음성의 한 농장에서 지적장애인이 20년 가까이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막노동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음성경찰서는 자신의 농장에서 최소 18년간 지적장애 3급인 A(63)씨에게 농사일을 시키면서 월급을 주지 않은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으로 B씨(63)를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께 자진 출석한 B씨를 상대로 A씨를 감금·폭행하거나 협박했는지, 근로 계약을 맺었는지, 언제부터 임금을 주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한 뒤 3시간10여분 만에 귀가시켰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월급을 안 준 것은 인정하지만 나중에 정산해 주려 했고, 감금·폭행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건 기록 검토 등을 거쳐 다음 주 초 B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A씨의 장애인 수당을 누가 관리하고 사용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A씨는 지난달 말 경찰 조사에서 "십 수년간 B씨가 수박·깨·벼농사를 시키면서 휴대전화 요금 명목으로 월 10만 안팎만 주고 월급은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1998∼2000년께 이 농장에 온 후 농장에 딸린 쪽방이나 다름없는 별채(10㎡)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최소 18년간 막노동에 시달린 셈이다.

그는 다만 폭행이나 협박 등은 당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농장으로 오게 된 경위와 정확한 시기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생활했던 곳을 확인한 결과 벽 등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냄새도 심하게 나는 등 열악했다"고 말했다.

A씨는 건강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에는 피부병이 생겼고, 다리부종 등도 앓았다.

이번 사건은 장애인이 오랫동안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충북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함께 현장 조사를 벌이면서 드러났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A씨 거주 공간은 B씨 가족이 사는 건물과 분리돼 있었다. 벽에는 곰팡이와 먼지가 가득했고 침구류는 오염돼 있었으며 방바닥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약 봉투가 뒹굴고 있었다"고 현장 조사 상황을 설명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 9월 청주지검 충주지청에 B씨를 고발했고, 검찰이 경찰에 수사를 맡겼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A씨의 피해 보상을 위해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A씨는 현재 경기 남양주시의 딸 집 근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유기, 방임이나 경제적 착취도 학대에 해당한다"며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