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청소년 유학생들이 지난주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폭행을 당한 사건이 양국에 파문을 낳고 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밤 캔버라 워든 지역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는 하이스쿨(중고교 과정)에 다니는 중국인 학생 3명이 한 무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담배를 달라는 요구에 없다고 말했다가 얻어맞았고, 17살가량의 피해자 1명은 병원 치료까지 받고 퇴원했다.
이 사건으로 2명의 청소년이 체포됐고, 이들은 아동법정에 서게 됐다. 경찰은 이번 공격의 동기가 인종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쪽 눈을 심하게 다친 피해자 1명의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그동안 이 지역의 중국인 학생들이 단지 국적 때문에 빈번하게 표적이 돼 위협을 받았으며 학교 가기마저 두려워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많을 때는 20~30명이 몰려다니는 현지 청소년들이 중국 학생들을 따라다니면서 위협 조로 돈을 요구하거나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1주일 전에는 현지 당국에 유학생 보호 강화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시작됐고 현재 4천 명 가까이 서명했다.
중국 언론도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파문은 커졌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맬컴 턴불 총리와 줄리 비숍 외교장관의 중국에 대한 거친 말, 대학 내 반중국 포스터들, 중국으로 돌아가라며 폭력을 쓰는 뒷골목 불량배들이 '호주는 중국에 우호적'이라는 호주 당국의 메시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이어 많은 중국 학생이 호주에서 공부하는 것을 겨냥, 호주가 아니더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단호한 대처와 함께 중국 유학생 보호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
베이징청년보도 피해자 친구를 인용, 다친 학생들이 부모를 걱정시키거나 추방이 두려워 맞서 싸우지도 못했다며 중국 학생들이 부유하게 비치지만 다수가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부모들이 악착같이 번 돈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의 격한 반응에 호주 정부 측은 진화에 고심하고 있다.
캔버라를 관할하는 수도준주(ACT)의 이벳 배리 교육장관은 이번 일이 "일회성 사건"이라며 ACT 지역사회는 유학생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호주 외교통상부의 프랜시스 애덤슨 차관도 1일 모든 호주인은 방문자들에게 안전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며 중국인들의 분노 잠재우기에 가세했다.
애덤슨 차관은 약 보름전 중국 당국의 호주대학들에 대한 간섭이 심화하는 경향과 관련해 외국 당국의 개입에 저항하라고 호주대학들에 촉구, 중국 측의 반발을 부른 바 있다.
현지 경찰은 순찰을 강화했으며, 캔버라 주재 중국대사관은 피해 지역에 갈 때 주의를 당부했으며 현지 중국인 사회는 학생들의 등하교 지원을 위한 차량 제공 서비스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