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체포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개인적으로 별도의 국정원 돈을 챙긴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안 전 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혐의를 발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린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집권 기간 매달 국정원 특활비 1억원씩을 전달받은 혐의로 지난달 31일 전격 체포됐다.
두 사람은 국정원에 요구해 매달 청와대 인근 장소 등에서 국정원 이헌수 기획조정실장 등으로부터 5만원짜리 지폐 1억여원이 든 가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을 이날 다시 불러 금품의 사용처를 조사하는 한편 금품 거래의 대가로 국정원에 편의를 봐준 것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안 전 비서관이 국정원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돈을 추가 상납받은 혐의도 포착해 경위를 캐묻고 있다.
안 전 비서관은 지난해 7월께 미르재단 등 국정농단 사건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국정원에 연락해 상납을 중단하라고 말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국정원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인적으로 돈을 받은 혐의 등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오늘 밤이나 내일 오전에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문고리 3인방' 중 다른 한 명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이날 소환해 국정원의 상납에 연루됐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이 받은 뭉칫돈의 용처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정 전 비서관도 국정원 자금을 나눠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 전 비서관도 소환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로 세간에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들이 2014년 강남구 삼성동, 서초구 잠원동 등지에 최고 기준시가 9억원대 아파트를 한 채씩 나란히 산 것과 관련해 국정원 상납 자금이 매수 자금으로 쓰였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4·13 총선을 앞둔 지난해 초 청와대에서 경선 등과 관련한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진행한 여론조사 비용을 국정원으로부터 조달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총선을 앞두고 비공식적으로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해 조사를 벌였으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국정원에 요구해 특활비 5억원을 현금으로 제공받았고, 이를 여론조사 업체에 밀린 대금으로 지불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를 전날 이재만 전 비서관 압수수색영장에 포함했고, 이 돈을 받은 여론조사 업체를 압수수색해 자금 흐름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확보했다.
4·13 총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현기환 전 수석이었고, 같은 해 6월 김재원 전 수석으로 교체됐다.
현 전 수석의 경우 전임자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임기 중 국정원 특활비를 수천만원씩 받았다는 단서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조 전 장관이나 현 전 수석 등에게 특활비가 건네지는 과정에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추 전 국장은 국정원의 각종 정치공작을 주도하고 민간인·공직자를 뒷조사한 결과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비선 보고'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