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아수라장' 거래소 주총…정지원호 시작부터 '끙끙'

입력 2017-11-01 13:47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말많고 탈많던 정지원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선임됐다.

앞서 이사장 후보가 두 명으로 압축되면서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사실 낙하산 논란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다만 이번 문재인 정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가 여기저기서 무너지고 있고, 주주들에게 의결권이 부과되며 이사회로 구성되는 자본시장을 이끄는 거래소마저 낙하산 논란에 시끄럽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절차상 문제있다" VS "주총진행 방해하지 말라"

거래소 주총은 시끄러웠다.

거래소 노조를 중심으로 한 우리사주조합은 단일 후보로 올라온 정지원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동기 우리사주조합장은 반대의사를 내비치고 연신 발언 요청을 했지만 안상환 이사회 의장(한국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은 묵살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를 대응하는 우리사주조합장의 모습도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안 의장으로부터 주총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해명을 듣자 이 위원장은 이내 안 의장의 의사봉을 가로채며 이번 주주총회의 문제점을 나열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안 의장은 의사봉이 떠나간 손으로 탁자를 튕기며 이사장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는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상황이 연출됐다.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상법 368조 1항에 의거 '발행주식총수의 1/4이상과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이상' 을 얻어야 한다.

우리사주조합이 애초에 1%에도 못미치는 지분으로 이사장 선임 등의 안건을 부결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눈 감은 증권사 주주들 그리고 주먹구구 주총진행

거래소 주주는 전체 80% 증권사이고, 선물사, 금융투자협회, 한국증권금융 등 총 34개사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증권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장 선임 등 여러 안건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낸적이 없다.

낙하산 인사가 매번 내려오지만 단 한번도 주주들의 반대로 낙마한 사례가 없다는 얘기다.

거래소 13년 역사상 단 한차례 내부인사가 이사장을 했고, 올해도 낙하산 논란이 반복되며 자본주의 꽃, 주식시장을 이끄는 한국거래소는 민간기업임에도 민간기업 답지 않은 이상한 상황에 빠져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에 드러난 주먹구구식 주총진행이다.

거래소는 지금까지 주주총회을 진행하면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사실을 이번 주총에서 사실상 시인했다.

우리사주조합측에서 주총장에 회의록을 작성할 서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런 과정에서 이사회측은 그간 주총을 진행하며 CCTV나 녹음 등으로 회의록을 대신했다고 발언을 한 것이다.

하지만 녹음을 하는 사람조차 없다는 지적에 그제서야 주주 중 한명이 자신이 회의록을 작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주주총회에서 회의록 작성은 강행 규정이 아니지만 회의록 자체가 회의 내용을 기록한 문서로 차후 기록을 보존·공표하고, 이를 주주총회 이후 공개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우리사주조합이 주장한 주총 소집절차도 문제였다.

상법 363조에 따라 주주가 의결권 행사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주주총회 2주전 안건을 통지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이 단독후보로 추천됐다는 내용을 통지문이 아닌 언론 기사에 의해 확인했다는 게 우리사주조합의 주장이다.

이는 상법·거래소 정관에서 허용한 서면상의 의결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주총회 소집 절차가 법령과 정관에 위반되는 경우 향후 '주주총회 결의취소·무효 소송'까지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한국거래소는 하루 평균 90조원이 넘는 금융상품이 거래되는 국내 금융시장의 심장부이다.

또 지주회사 전환 등으로 글로벌 증권거래소들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 이사장 선임 과정과 기본적인 규정도 지키지 않는 주총진행 방식을 보면서 과연 상장사들을 관리하고 이끌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든다.

기자들은 상장사들의 주총장에 종종 가곤 한다. 특히 민감한 안건이 상정된 주총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반대주주들을 피해 기습주총을 하는가하면 주총꾼들로 회의장이 채워지고 세몰이하듯 안건을 통과시키는 것도 흔한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일한 증권거래소인 한국증권거래소의 주총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