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총리 "북한과 국교 재검토…유엔결의 전적 준수"

입력 2017-10-30 20:46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올해 초 북한과 단교(斷交) 직전까지 갔던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국교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30일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에 따르면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소속 아흐마드 함자 하원의원이 전날 제기한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나집 총리는 "말레이시아는 북한 외교관을 돌려 보내는 등 북한의 위협과 관련된 유엔 결의를 전적으로 준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으며, 현재 북한과의 외교·정치·경제관계 등 연결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이미 평양의 주북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폐쇄하고 중국 주재 대사관에 관련 업무를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집 총리는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위협 받게 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이달 12일 말레이시아 사라왁 대학(UNIMAS)에서 열린 외교정책 관련 대담에서 평양에 대사를 파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28일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를 이유로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무기한 금지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최근 복수의 북한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부터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에 파견된 북한 대사관 직원에게 비자 발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비자를 받지 못한 북한 대사관 직원은 서기관급이며, 15일간의 체류허가를 받아 가족과 함께 입국했다가 다시 베이징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가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의 외교관 수는 올해 초 기준으로 무려 28명에 달해, 이들 중 상당수가 외교관으로 위장한 공작원이나 외화벌이 일꾼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말레이시아는 1973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전통적 우호국이었지만, 올해 2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VX신경작용제로 암살된 것을 계기로 북한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두 나라는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고, 북한은 자국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았다.

말레이시아는 결국 자국민을 전원 송환하는 조건으로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넘기고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저자세 외교 논란이 일면서 이후로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