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탄신제' 올해도 열린다…행사비용·규모는 축소

입력 2017-10-29 15:31
지난해 우상화 논란 속에 진보·보수단체 간 충돌로 이어진 육영수(陸英修·1925∼1974) 여사 숭모제(탄신제)가 올해도 치러질 전망이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충북 옥천문화원과 민족중흥회(박정희 기념사업 단체)는 최근 회의를 열어 육 여사 생일인 내달 29일 옥천 관성회관에서 탄생 92주년을 기리는 숭모제를 열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행사에는 작년까지 옥천군에서 7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지만, 우상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중단된 상태다.

대신 올해는 재단법인 육영아카데미가 200만원의 행사비를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영아카데미는 청소년과 여성 복지지원 등을 위해 2010년 이 지역에 설립된 단체다.

옥천문화원 관계자는 "숭모제가 1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데다,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등과 결부지을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 종전처럼 열기로 한 것"이라며 "행사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규모도 축소해 조촐하게 치르겠다"고 말했다.

옥천은 육 여사의 고향이다. 옥천읍 교동리에는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 유년시절을 보낸 생가가 있다.

조선 후기 지어진 99칸 전통 한옥인데, 낡아 허물어진 것을 옥천군이 2011년 37억5천만원을 들여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육 여사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보인다.

생일에 여는 숭모제와 더불어 그가 서거한 날(광복절)에 맞춰 추모제를 별도로 연다.

이를 두고 진보단체 등은 우상화 사업이라고 지적해왔다. 역대 여러 명의 영부인이 있는데, 유독 육 여사에 대해서만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면서 업적을 미화한다는 해석에서다.

작년 숭모제 때는 진보단체 회원들이 항의시위에 나서면서 이를 저지하는 보수단체 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옥천군은 두 행사에 주던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 8월 15일 열린 43주기 추모식도 옥천군애향회의 자부담으로 치러졌다.

예산 지원은 끊겼지만, 숭모제와 추모제를 연거푸 여는 데 대한 논란은 가시지 않는다. 두 행사를 통합한 뒤 육씨 종친회 행사 등으로 전환하자는 여론도 있다.

이와 관련 숭모제 주관 단체 중 하나인 옥천청년회의소는 올해 행사 참여 참여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잇따라 열리는 숭모제와 추모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며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행사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옥천문화원은 올해 숭모제를 마친 뒤 관련 단체 등이 모여 두 행사 통합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