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여교사 성폭행범들' 형량 높아질 듯…공모 범죄라 가중처벌

입력 2017-10-26 14:01


신안 섬마을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한 학부모 3명에 대해 대법원이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일부 혐의를 유죄로 보고 다시 재판하라고 결정, 이들의 형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2심에서 피고인들의 공모·합동 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던 일부 혐의에 대해서도 공모·합동 관계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다시 열릴 파기환송심에서는 2심 때보다 엄한 처벌이 예상된다.

대법원의 판결 취지는 이들이 범죄를 공모했으며 합동으로 실행에 옮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날 "주된 쟁점은 피고인들의 간음 미수(3회), 간음(2회),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치상)죄에 있어 피고인들 사이에 공모공동정범, 합동범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공모, 합동 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공모공동정범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해 각자 분담해 이행한 경우 성립한다. 공모자 가운데 일부만 실행에 옮긴 경우도 실행하지 않은 공모자에게 같은 죄가 성립한다.

합동범은 여러 명이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동해 범행하는 것이다. 다수의 가해자가 성폭행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암묵적인 합의에 따라 각자 100m 이내 장소에서 흩어져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성폭행한 경우 합동범이 인정된 판례가 있다.

사회적 충격을 불러온 이번 사건은 범인들의 구체적 혐의사실과 더불어 처벌 수위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었다.

당초 검찰은 피고인들이 학부모라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각각 징역 25년, 22년, 17년형을 각각 구형했다.

하지만 1심은 각각 징역 18년, 13년, 12년을 선고했고, 2심은 이마저도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징역 10년, 8년, 7년으로 감형했다.

검찰 구형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선고가 내려지자 처벌 수위의 적정성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사건을 두고 법원이 엄벌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던 반면 피해자가 합의 끝에 처벌을 원치 않게 된 사건에서 감형하는 건 당연하다는 일각의 반론도 있었다.

사실 검찰 구형량과 법원의 선고 형량에 차이가 컸던 데는 공모·합동 관계라는 쟁점을 두고 서로 판단이 달랐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피고인들의 일부 범행이 사전에 공모해 실행 단계에서 함께 저지른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 법적 판단이 엇갈리면서 형량 차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범행일 자정을 기준으로 각각 두 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는데, 1차 범행에서는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면서 3명 모두 범행에 실패했고 자정 이후 2차 범행에서는 완전히 잠이 든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이들은 1차 범행 당시 명확하게 모의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저지른 행동을 목격하면서도 별다른 제지 없이 순차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1차 범행을 가해자들이 공모했으며 합동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1, 2심은 "공모, 합동 관계를 증명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성폭행 미수 행위에는 공모, 합동 범행이 아닌 각자의 단독 범행으로 판단했고, 성폭행 행위에 대해서만 공모, 합동 관계를 인정했다.

공모·합동 관계가 인정되면 각자의 성폭행 미수 범행에 대해 공동책임을 진다. 공모·합동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자신의 성폭행 미수에 대해서만 벌을 받게 돼 형량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성폭행 범죄는 공모한 사실이 드러나 공모공동정범이나 합동범으로 판단될 경우 가중처벌될 수 있다.

대법원이 2심의 법리 적용이 잘못됐다며 판결을 전부 파기함에 따라 다시 열릴 재판에선 형량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피고인들이 성폭행 미수 범행에 대해 다른 공범들의 범행까지 공동으로 책임지게 된 만큼 2심 재판부는 이를 반영한 형량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