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계부-이영학 아내, 결국 '미궁 속으로'

입력 2017-10-26 08:34
며느리 성폭행 혐의 이영학 계부 목매 숨져…사건은 미궁에 빠져

이영학 계부, 3차 소환 조사 앞두고 극단적 선택 경찰 '당혹'…유서 남겨



이영학 계부 유서에 대한 관심이 이틀 연속 뜨겁다.

며느리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 계부 A(60)씨가 25일 강원 영월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

이영학 계부를 둘러싼 논란은 이 때문에 현재진행형이다.

영월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7분께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자신의 집 비닐하우스에서 이영학 계부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아내 B(57)씨가 발견, 경찰 등에 신고했다.

A씨의 아내이자 이영학의 어머니인 B씨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택 앞 비닐하우스 안에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학 계부인 A씨는 이날 오후 2시 경찰의 3차 소환 조사를 앞두고 이었다. 지난 14일 강원지방경찰청에서 시행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 이후 11일 만이다.

경찰은 검시 과정에서 숨진 이영학 계부의 옷에서 메모지 형태의 유서를 발견했다.

이영학 계부는 유서를 통해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형사분들에게 부탁하는데, 누명을 벗겨달라. 지금까지 도와주신 분들에게 죄송하고 형님에게 미안하다"고 짧게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A씨를 소환해 며느리 최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보강 조사를 하려던 경찰도 A씨의 사망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영학 계부는 이영학의 아내 최모(32)씨를 2009년 3월 초부터 지난 9월 초까지 8년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영학 계부의 성폭행 혐의는 지난달 1일 며느리인 최씨와 의붓아들인 이영학이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이영학 계부가 총기(엽총)로 위협하면서 성폭행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영학 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최씨는 추가 피해를 신고한 지 하루 만인 같은 달 6일 오전 0시 50분께 서울시 자신의 집 5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추가 피해 신고 과정에서 최씨의 몸에서 성폭행 관련 DNA 등 증거물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 결과 해당 증거물이 'A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같은 달 21일 국과수로부터 받았다.

경찰은 DNA 증거를 토대로 지난 12일 이영학 계부를 소환해 2차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계부는 성관계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총기 위협 등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등 성폭행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은 이영학 계부의 진술에 거짓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지난 14일 강원지방경찰청에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벌였다.

경찰은 이영학 계부를 상대로 한 소환 조사와 거짓말 탐지기 조사 내용, 최씨의 고소장 내용과 숨지기 전 녹화한 피해 진술 등을 토대로 A씨의 신병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영학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의 연결고리 혹은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였던 성폭행 고소사건의 피고소인인 계부가 숨지면서 이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경찰은 이 사건을 절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영학 계부가 며느리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은 것 등에 심적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여중생 성추행 및 살인·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이 검찰 조사에서도 경찰 단계에서 진술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북부지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이영학이 추행을 위해 피해자 A양을 유인하고 추행한 부분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선 조사 때와 비교해 (이영학의 진술에) 변화가 있다"며 "경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이나 사실관계를 전반적으로 대체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이영학이 A양을 추행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경위나 방법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찰에서 'A양에게 수면제를 먹여 추행했으며, 깨어난 A양이 저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입을 다문 것이다.

그러나 이후 이영학은 태도를 바꿔 구체적인 범행 경위까지도 털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반복되는 조사를 통해 진술을 받고 있다. 경찰에서 송치할 때와 전반적으로 일치하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영학의 1차 구속 기한이 지난 22일로 만료됨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다음달 1일까지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검찰은 2차 구속기간 만료 시점에 이영학을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영학의 성장 배경이나 행적 등 간접적인 사실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이 향후 재판에서 이영학의 형량을 정하는 데 참고할 만한 중요한 배경이 될 것으로 본다.

A양에 대한 살인, 사체유기, 강제추행 등 혐의와 별도로 이영학 아내 최모씨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나 이영학의 후원금 부당 수령 및 아내 성매매 강요 의혹 수사는 경찰에서 계속 진행된다.

검찰은 일단 현재까지 드러난 살인과 사체유기, 추행 등 혐의로 이영학을 먼저 기소하고, 경찰이 수사 중인 의혹들은 향후 송치받아 추가 기소할 계획이다. 추가 기소되는 사건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합쳐져 한꺼번에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과 사체유기, 추행 혐의로만 형량이 결정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제기되는 의혹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구형할 것이고, 법원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여러 증거를 제출해서 응분의 형벌이 내려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이영학의 딸에 대해서는 다시 영장이 청구됐다. 당국은 앞서 영장이 기각됐을 때와 달리 이양에게 미성년자 유인 혐의를 추가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양의 가족 및 주거환경조사, 전문가의 정신 및 심리상태 등에 대해 자문한 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인멸 우려와 혐의의 상당성·중대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서 법원이 건강 상태를 고려해 영장 청구를 기각했는데, 현재 이양이 많이 회복됐다. 이제 건강 문제는 상관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양이 (소년법에 따라) 소년이지만, 현실적으로 돌볼 사람이 없는 상태"라고 부연했다.

이영학 계부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