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충북 옥천군 옥천읍 야산에서 청각장애 5급인 A(74)씨와 지적장애 3급인 B(57)씨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는 마을 뒷산으로 이어진 오솔길 옆 잔디 위에 나란히 누워 잠이 든 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현장에는 이들이 먹다 남긴 것으로 보이는 커피병만 놓여 있을 뿐, 두 사람의 죽음과 연결지을 만한 단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외상이 전혀 없는 점에 미뤄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잠이 들었다가 저체온증으로 변을 당했을 가능성 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A씨 부부는 2년 전 짧은 생을 마감한 아들을 이 산 중턱 나무 아래 수목장 한 뒤 이곳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은 두 사람에 대해 "비록 몸은 성치 않지만, 착하고 금슬 좋던 사람들"이라고 기억한다.
슬하에 1남 3녀를 둔 A씨 부부는 딸 셋을 연이어 출가시킨 뒤 건강이 좋지 않던 아들과 함께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던 중 2015년 아들이 세상을 떴고, 부부는 그때부터 이웃과 왕래를 끊다시피 하면서 고독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들어서는 A씨가 치매 증세를 보이는 등 두 사람의 건강도 급격히 악화됐다고 이웃들은 설명한다.
이웃 주민은 "아들을 여읜 뒤 두 사람이 문밖출입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은둔생활을 했으며, 낯선 사람이 다가서면 '누굴 해치러 왔느냐'고 소리치는 등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차상위 계층인 이들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장애수당을 합쳐 25만원 남짓한 정부 지원금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보다 못한 이웃들이 최근 옥천군에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요청했지만, 부양 능력 있는 딸과 B씨 명의 통장에 든 약간의 돈 때문에 심사에서 탈락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A씨 부부의 처지가 딱하지만, 부양 의무자 소득이 기준보다 높아 딱히 지원할 방법이 없었다"며 "두 사람이 춥지 않게 겨울을 나도록 열악한 주거환경이라도 고쳐주는 방안을 찾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 부부는 지난 20일 오전 나란히 집에서 나서는 모습이 목격된 뒤 행적이 끊겼다. 이웃한테서 "밤에도 집안에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은 사위가 23일 오전 가출인 신고를 할 때까지 이들의 안부를 확인한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먼저 간 아들을 그리던 나머지 이날도 유골을 묻은 곳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부부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아들의 유골이 묻힌 곳에서 100m 남짓 떨어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속단할 수는 없지만, 건강 악화 등으로 신병을 비관한 부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위해 아들이 묻힌 곳을 찾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을 부검했으며, 현재 음독 여부 등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