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비행기 타려면 4∼5시간前 공항 가라"…보안검색 강화

입력 2017-10-17 20:12


오는 26일부터 미국에 가려면 비행기 이륙 4∼5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할 전망이다.

모든 미국행 승객은 공항 카운터에서 2∼3분 정도 미국 방문 목적과 현지 체류 주소 등 보안 질의(인터뷰)를 거쳐야 해 출국 수속 시간이 1∼2시간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7일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26일부터 미국행 여객기 탑승객에 대한 보안 검색이 강화된다. 이는 미 교통안전청(TSA) 요청에 따른 것이다.

TSA는 지난 6월28일 긴급보안조치를 발표하고, 미국을 취항하는 105개국 180개 항공사에 탑승객 보안검색 강화를 직접 요청했다.

내용은 기내 위해물품 반입차단 등 단기 조치 3개항과 기내식 보안통제 강화 등 장기조치 9개항이다. 단기조치는 3주 이내, 장기조치는 4개월 이내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이미 단기 조치인 항공기내 위해물품 반입차단, 요주의 승객(Selectee) 휴대전자기기 전수검사(ETD), 휴대전자기기 검사 후 미국행 승객의 타 국가 승객과의 분리 조치 등을 시행 중이다.

장기조치에 해당하는 보안검색 강화는 이달 26일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국적기와 미국령인 괌·사이판 등에 취항하는 국내 저가항공사(LCC)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 운항횟수가 많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1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완공되면 설비 이전 등이 다시 필요할 수 있어 그때까지 시행 유예를 TSA에 요청했지만, 아직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국적기나 LCC를 타고 미국으로 가는 승객은 26일부터 강화된 보안검색을 받아야 한다.

공항에 도착하면 항공사 카운터에서 항공사 직원과 '인터뷰'를 해야 한다. 여행 목적, 체류 기간, 현지 주소 등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테러 등에 대비해 수상한 사람을 걸러내기 위한 절차로 수사 기관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프로파일링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답변이 부정확하거나 미심쩍은 경우 '요주의 승객'으로 분류돼 탑승 전 격리된 공간에서 다시 정밀 검색을 받아야 한다.

현재 탑승구 앞에서 무작위로 선정해 시행 중인 소지품 검사도 26일부터는 모든 승객에게 확대될 전망이다.

한 사람 인터뷰하는데 2∼3분 걸리기 때문에 지금보다 탑승 수속에 걸리는 시간이 1∼2시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요주의 인물'에 대한 정밀 검색까지 마치면 미국행 비행기에 모든 승객이 탑승을 완료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불편한 조치지만, TSA 보안조치를 준수하지 않으면 미국연방규정(CFR)에 따라 미국 정부가 외항사에도 9천∼2만7천500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항공사들은 심사가 길어질 경우 비행기 지연과 함께 환승객이 비행기를 놓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어 인터뷰 시간을 줄이기 위해 근무 직원을 보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항공사 관계자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경우 지금은 이륙 3시간 전까지 공항에 오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륙 4∼5시간 전 공항에 도착해야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16일 항공사, 공항운영자 등이 참여하는 항공보안 조치 관련 회의를 열고 기관 간 협조사항을 확인하고 추가 보완사항이 있는지 점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항공사, 인천공항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추가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미국행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