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션캡처의 마술사 앤디 서키스

입력 2017-10-22 08:21


영화 <반지의 제왕>, <킹콩>, <혹성탈출> 시리즈,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등에 모두 출연한 배우가 하나 있다. 바로 모션캡처 연기의 달인 앤디 서키스다. 연극 배우 출신인 그는 27년 간의 무명 생활 끝에


<반지의 제왕> 촬영 초반, 동료 배우들은 모션캡처를 위해 이상한 옷을 입고 연기하는 그를 배우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앤디 서키스의 연기에 점차 매료됐고, 결국엔 최고의 배우 중 하나로 인정하게 된다.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골룸의 표정이나 자세 등은 오직 그 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원작의 골룸은 거의 유인원에 가까운 생김새였으나, 그의 빛나는 연기 덕에 그와 닮은 외모를 가진 골룸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후 개봉한 <호빗> 시리즈에서도 역시 골룸으로 출연했다.



앤디 서키스는 영화 <킹콩>을 통해 첫 유인원 연기를 선보였다. 킹콩은 특유의 걸음걸이나 골룸에 비해 엄청나게 큰 캐릭터이기도 했으나, 오히려 섬세한 연기로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킹콩뿐 아니라 갑판 요리사 럼피도 함께 연기해 1인 2역으로 분하기도 했다.



2011년, 골룸에 이은 그의 인생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 바로 새로운 <혹성탈출> 3부작을 통해 '시저'라는 캐릭터를 만난다. 그 첫 번째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는 어린 모습부터 커가는 시저까지 완벽하게 그려내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어야 한다는 찬사를 받는다.



특히 시저는 점점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가지는 특별한 캐릭터였다. 앤디 서키스는 3부작의 마지막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의 시저는 매우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사람에 가까운 고뇌에 찬 연기와 동물적인 본능까지 함께 연기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시저는 <혹성탈출> 시리즈가 가장 완벽한 3부작 중 하나가 되는 데 가장 완벽했다.



그가 모션캡처 연기만 한 것은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프레스티지>에서 미스터 앨리 역으로 뛰어난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마블 시리즈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율리시스 클로도 앤디 서키스다. 내년에 개봉할 <블랙팬서>에서도 율리시스 클로로서 출연한다.

게다가 직접 연출을 맡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내년 개봉 예정인 <정글북: 오리진>을 앤디 서키스가 연출했다. 동시에 모글리의 친구인 '발루'의 목소리로 연기하기까지.



'다른 사람 피부 속에 있을 때 해방감을 느낀다'는 배우 앤디 서키스. 역대급 캐릭터 '시저'는 떠났지만 앞으로 그가 보여줄 연기와 감독으로서의 활동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그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