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진 사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권 부회장은 "신성장 동력을 찾는 일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후배 경영진 양성을 위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정재홍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해오던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권 부회장은 임기에 맞춰 내년 3월까지만 이사회 이사와 의장직을 수행하고 이후 연임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겸직하고 있는 반도체사업 총괄 책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에서는 즉각 사퇴한다는 입장도 내놓았습니다.
권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최고 실적에 대해 "과거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이라며 자신은 "미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고려할 때 지금 물러나는 게 후배 경영진을 양성해 삼성의 경영 쇄신을 이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판단한 겁니다.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32년간 삼성전자에 몸담고 있는 권 부회장은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 반도체 사업부 사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습니다.
특히 90년대 초 개발팀을 이끌어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하는 등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최대 실적 견인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그룹 오너가 부재한 상황에서 사실상 권한대행 역할을 하던 권 부회장까지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한 직후 발표된 사퇴인만큼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재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