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사상 최대 실적에도 권오현 사퇴, '삼성 위기론' 초강수

입력 2017-10-13 17:16


<앵커>총수 부재 이후 삼성전자의 실질적 수장 역할을 맡아온 권오현 부회장의 자진 사퇴, 사상 최대 실적보다 더 큰 사건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신인규 기자와 함께 권오현 부회장의 사퇴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 살펴봅니다. 신 기자. 우선 권 부회장의 사퇴 시점을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날입니다. 이 시점,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기자>

보통 경영인은 실적이 나쁠 때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고, 실적이 좋을 때 물러나는 건 사실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실적이 정점을 찍었을 때 내려오기로 한 권오현 부회장의 메시지를 살펴보면, 권 부회장의 이번 용퇴는 삼성 위기론을 현 시점에서 부각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수로 분석됩니다. 삼성은 호실적이 위기를 가리고 있는 상황이고, 안팎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본인의 사퇴라는 초강수를 통해 던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앵커>권 부회장이 삼성전자 위기론이라는 화두를 던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오전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내 게시판에 사퇴 메시지를 남겼는데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많은 논문이나 내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삼성전자를 지금의 삼성전자로 만든 것은 오너십을 통한 강력한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구조, 그리고 신상필벌 등 철저한 관리와 의사결정 시스템에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오너만이 가능했던 대규모 반도체 사업 투자 결정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권 부회장이 보기에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만의 강점을 찾기 어려워진 겁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현재 오너십 부재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대규모 인수합병 건의 발표나 신사업 진출 등이 크게 약해졌고, 사장단 인사 등 조직개편도 총수 구속 이후 거의 3년 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더 오래 가면 앞으로 삼성전자가 1,2년은 몰라도 5년 뒤,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이같은 용단을 내렸다는 것이고, 삼성전자는 총수가 없어도 실적이 좋으니 전문경영인 체제가 더 나은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한 정면 반박을 권 부회장 본인의 사퇴라는 방식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앵커>삼성이 권 부회장의 이런 결정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면, 우선 내부적으로는 총수 부재 이후 그동안 해내지 못했던 조직개편과 사장단 인사 등을 과감하게 단행할 것으로 볼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단기적으로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의 후임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사회 의장직은 내년 3월 내려놓기로 했고, 급한 것은 당장 공석이 될 DS부문, 그러니까 반도체를 총괄하는 부품 솔루션 부문의 사업부장의 후임입니다. 내부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의 2인자는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이고 이어 의료기기사업부장인 전동수 사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인 진교영 부사장 등이 반도체 전문 경영진으로 분류되어왔습니다.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이 후임을 추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앞서 사퇴의 변을 통해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라는 말을 남긴 권 부회장이 깜짝 인사를 추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사회 조직도 변화의 가능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삼성전자 사내이사 구성은 이재용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됩니다. 네 명 가운데 2명이 역할에서 물러나거나 역할 수행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의장이자 DS부문장인 권 부회장의 사퇴로 일각에서는 나머지 두 개 부문장인 윤 사장과 신 사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삼성전자에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준 부문인 DS부문의 수장이 자리에서 내려온 여파가 다른 부문으로 미쳐, 권 부회장의 사퇴가 최고경영진 세대 교체까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이번 사퇴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난 결정이라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기자>

앞서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의 전략과 인사를 총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권 부회장 사퇴를 신호탄으로 전자 뿐 아니라 전 계열사를 막론한 대규모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권 부회장의 사퇴와 의미, 전망 살펴봤습니다. 산업부 신인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