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도부가 11일 보수대통합 작업에 공식 착수하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한국당과 바른정당간 통합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특히 한국당이 '11월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전'이라는 구체적인 통합 시간표를 내세운 것은 한국당과의 통합을 원하면서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던 바른정당 내 통합파들을 한층 자극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이 전대를 하게 되면 (보수분열이) 고착화된다"며 "바른정당 전대 이전에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공식적으로 시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 흡수통합론을 역설했던 홍 대표는 이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통합'을 언급, 당대 당 방식의 통합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는 바른정당 내 통합파들조차 흡수통합에 대해 난색을 보이는 것을 고려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김태흠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보수대통합은 당대 당 통합이 돼야 한다. 그리고 통합과정에서 요구나 전제조건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바른정당 통합파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화답하고 나섰다.
바른정당 통합론자들은 '전대 이전 통합'을 원하면서도 행여 당을 깨려는 모양새로 비칠 것을 우려해 공개적인 발언은 삼갔던 게 사실이다.
일부 강경 통합파들은 11월 전대 결과 자강파들이 당권을 쥘 공산이 큰 만큼 전대 이전 통합이 불발되면 단체 혹은 개별 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창업주격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 전당대회 전 보수통합 작업을 어느 정도 궤도 올려놔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통합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안보위기에) 보수야당이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을 잘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황영철 의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11·13 전대를 통해) 새로운 대표가 선출되면 그 이후에는 논의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보수통합이라는 큰 원칙 속에 다시 하나가 돼, 보수의 새로운 희망을 바라는 지지자와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이전까지 당내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는다면 어떤 결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탈당 카드도 시사했다.
김용태 의원 역시 통화에서 "저쪽(한국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및 핵심 친박 의원 출당 등의 조치를 이행하고, 개별 입당이 아닌 당대 당 통합을 정식으로 논의하자고 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논의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황 의원과 김 의원은 양당 통합파 3선 의원 모임의 멤버로 당내에서 통합론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2차 '3선 모임'에 다시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자강론자들은 전대를 앞두고 통합카드를 꺼내 든 홍 대표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보수통합론에 거듭 선을 그었다.
최근 전대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의 '전대 전 통합' 발언에 대해 "우리 당 전당대회는 우리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자꾸 남의 당 전당대회를 방해하는 이런 행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그 영감님은 자유한국당 지지도나 신경 쓰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홍 대표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통합을 제안한 것을 두고는 바른정당을 흡수통합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당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식으로 말폭탄을 던지는 것이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해산해야 할 적폐 정당과 무슨 합당을 하느냐"고 홍 대표의 제안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