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가 대학 구조개혁 과정에서 일어일문학과 명칭을 바꾸기로 방침을 정하자 이 학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7일 동국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일어일문학과 학생들은 학과 이름을 '일본학과'로 바꾸려는 학교·학과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동국대와 일문과 교수들은 기존 명칭이 문학과 어학에 한정된 전공이라고 판단하고, 취업률 제고 등을 위해 일본의 역사와 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일본학과'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동국대는 2018학년도부터 일문과가 일본학과로 바뀌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고 2018학년도 모집요강 등에도 일본학과로 기재된 만큼 되돌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학과장인 이경철 교수는 "기업체에서는 일어일문학보다는 일본학을 더 원할 것"이라며 "문학·어학 전공자들인 일문과 교수들이 '밥그릇'을 생각하지 않고 학생과 학과의 미래를 위해 결정한 것이므로 긴 안목을 가지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학과로 바꿔야 취업에도 유리하고, 서울 이외 지역 대학에서도 일문과 폐과 사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학과 통폐합이나 폐과 등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학과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반대 학생은 소수이며 학과 이름을 바꾸는 데 학생 동의가 꼭 필요하다고도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과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이러한 조치에 강력히 반발 중이다.
명칭 변경 논의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학교의 조치를 비판해온 학생들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꾸려 학교에 개칭 철회를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달 초 학생 47명이 참석한 학과 학생총회에서 명칭 변경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표결에서 찬성이 0명, 반대가 38명, 기권 9명으로 나왔다고 한다.
공대위에 참여한 일문과 16학번 방흥준씨는 "우리는 일어일문학을 공부하고자 입학했는데 당장 내년에 일본학과로 바뀌면 정체성이 사라질 것이 우려된다"며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학생이 훨씬 많은데도 학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방씨는 최근 대학 본관 앞에서 '일문과를 살려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도 진행했다.
그는 단순히 학과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취업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학교측의 생각도 근거가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방씨는 "학생들은 학과 이름 변경이 궁극적으로 학과 통폐합이나 폐과의 수순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 사안은 일문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전체적인 문제의 전초전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