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간판타자 나성범(28)의 배트는 첫 타석부터 매섭게 돌았다.
나성범은 5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1회 말 선제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무사 1, 2루에서 SK 선발 메릴 켈리의 초구 체인지업(137㎞)이 한가운데에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고 퍼 올려 타구를 우중간 스탠드에 꽂아넣었다.
나성범은 첫 타석 홈런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3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나성범은 4회에는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한 뒤 모창민의 좌중간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5회에는 좌익수 왼쪽을 꿰뚫는 2루타로 팀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SK가 7회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나성범을 거르고 4번 재비어 스크럭스를 상대할 정도로 나성범의 이날 타격감은 뜨거웠다.
나성범의 이날 성적은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1볼넷에 안타 3개가 모두 장타였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나성범의 몫이었다.
NC는 나성범의 맹활약을 앞세워 SK를 10-5로 제압하고 2차전 없이 와일드카드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에이스 에릭 해커를 아낀 NC는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롯데 자이언츠와 거의 대등한 상황에서 '낙동강 더비'를 벌일 수 있게 됐다.
나성범의 이날 활약은 과거 포스트 시즌 무대마다 고개를 숙였던 그의 과거 모습과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나성범은 이제 프로 6년 차지만, 가을야구 경험만큼은 어지간한 베테랑 선수 못지않다.
올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 시즌 출전에다 지난해에는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함께했다.
하지만 나성범이 화려하게 빛났던 기억은 별로 없다. 나성범의 포스트 시즌 통산 성적은 타율 0.224(67타수 15안타)에 1홈런 3타점이 전부였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는 타율 0.143(14타수 2안타)에 홈런과 타점은 전혀 없었다.
나성범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올해로 4번째 포스트 시즌인데, 작년까지는 후회를 많이 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NC다운 야구를 못 했다고 후회했다. 나 자신도 항상 시즌까지는 좋은 기록을 냈지만, 중요한 경기인 가을야구 할 때는 반도 못 보여줬다고 생각했다"며 그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는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긴장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려고 노력했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기는 마음가짐으로 임한 게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전체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타석에서 켈리의 초구 체인지업을 홈런으로 연결한 것에 대해서는 "노리고 들어간 건 아니다. 직구 타이밍을 잡았는데, 실투가 들어왔다. 비슷하면 방망이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3위 롯데 자이언츠와 펼치게 될 준플레이오프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나성범은 "우리 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며 "이 분위기 그대로 간다면 우리에게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 경기 하고 가는 거기 때문에 (상대보다) 경기 감각은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