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캐릭터 독특해"...우유팩의 '무한변신'

입력 2017-10-03 13:27


지난달 초 문을 연 국내 새활용(Upcycling·자원에 디자인 요소를 더해 가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 산업의 거점 서울새활용플라자 3층의 한 스튜디오. 넓지는 않지만 깔끔한 공간 벽면에 알록달록한 파우치(작은 주머니)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가죽 같지는 않은데, '반질반질' 윤이 나는 소재가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는 않다. 가까이 가보니 이들은 모두 우유팩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3일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이곳은 우유팩으로 파우치와 카드홀더 등을 만드는 새활용 공방 '밀키프로젝트'(Milky Project)다.

서울 시내 지자체와 축산업계의 지원을 받아 우유팩을 모은 뒤, 잘 씻고 다듬어 디자인 상품으로 '변신'시키는 것이 이곳의 일이다. 올해 3월부터는 이곳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한 국내 온라인 사이트에 지금까지 제품 수천 점을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밀키프로젝트는 일본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도쿄의 한 벤처기업에서 일하던 김수민(36·여)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일본의 한 마트 우유 코너를 들렀다가 각양각색의 유제품을 보고 아이디어가 번득였다고 한다.

김씨는 "우유팩은 색깔, 캐릭터, 폰트가 다양하고 다른 나라에 가져가면 이국적인 느낌이 들어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며 "직접 '뚝딱뚝딱' 파우치를 만들어 6개월가량 보완 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2015년 일본 후쿠오카시의 지원으로 현지 장애인단체와 연계, 우유팩 수집→세척→가공 시스템을 갖춰나갔다. 환경에도 보탬이 되고, '착한 일자리'로 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되자는 취지에서다.

김씨는 "사업을 하다 보니 '나는 한국사람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후쿠오카보다는 서울에서 사업을 펼칠 때 브랜드 가치가 더 커질 수 있으리라고 보고, 그해 말 귀국했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묻자 '우유팩 수급'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구겨지거나 찢어진 우유팩은 상품성이 없어서 '상태'가 좋은 것만을 골라와야 하는데, 이 같은 경우는 100개 가운데 5∼6개에 그친다는 것이다.

더구나 여러 가지 우유팩 종류 중에 대중이 좋아하는 디자인은 정해져 있는데, 그 우유팩만 대량으로 구할 수도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일반적인 제품이었다면 특정 디자인만 공장에서 찍어내면 되지만, 그 우유 제품 소비가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 한 우유팩 수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유팩이 결국에는 종이다. 천이나 가죽과 달리, 만들 수 있는 제품의 형태가 제한적이다"며 "우유팩의 4개 면 가운데 성분 표시가 적힌 면을 빼고 메인 디자인이 자리한 2개 면을 사용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