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번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누비던 위안부 소녀상이 45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151번 버스를 운행하는 동아운수는 추석을 앞둔 다음 달 2일 '소녀상 귀향 프로젝트'를 한다고 28일 밝혔다.
동아운수는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소녀상을 만나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8월 14일부터 소녀상을 태운 버스 5대를 운행해왔다.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크기·모양이 같다.
우이동에서 출발하는 151번은 미아사거리, 안국역과 일본대사관 인근을 거쳐 숭례문, 흑석동까지 가는 버스다.
버스에 탄 소녀상은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하차한다. 귀향을 도울 일반인 다섯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가 소녀상을 맞이한다. 이들 가족은 소녀상과 함께 수원, 대전, 전주, 대구, 원주로 각각 떠날 예정이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조정래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참여하는 배웅 행사도 열린다.
고향에 도착한 소녀상은 각 지역에서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평화의 소녀상 옆 빈자리에 추석 연휴가 끝나는 다음 달 9일까지 앉아 있게 된다.
수원에선 이곳에 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89) 할머니가 소녀상을 맞이한다.
임진욱 동아운수 대표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버스에 설치한 소녀상에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고통받은 할머니들의 과거를 인정하고, 독일처럼 과거사를 진정하게 사죄해야 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로 미뤄지고 있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녀상이 고향에 갈 날은 이제 나흘 남았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날이 선선해지자 버스에 탄 승객들은 소녀상의 맨발에 양말·버선을 신겨 주고, 목에는 머플러를 둘러주기도 했다. 어깨에 숄을 둘러준 승객도 있었다.
양말을 신긴 승객은 "발은 시렵지 않니? 창밖은 볼 만 하니? 너를 잊지 않을게. 이 아픔 잊지 않을게"라는 쪽지를 남겼다.
한 여대생은 버스 안에서 "할머니들이 지금의 저보다 더 어렸던 예쁜 시절에 그런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한다"며 "할머니들을 존경한다"는 편지를 쓴 뒤 소녀상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