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슈뢰더 전 총리에게 듣는다

입력 2017-09-26 13:11


슈뢰더 전 총리에게 듣는다

[사회자]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슈뢰더와 이재명 만나다' 진행을 맡은 연세대 김호기입니다. 오늘날 독일의 재도약을 이끈 슈뢰더 총리가 이 책과 함께 한국을 찾았습니다. 바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자서전 '문명국가로의 귀환'입니다. 그의 일대기를 살펴봤는데 어려운 어린 시절을 딛고 한 나라의 총리로 성장한 모습이 드라마처럼 다가왔습니다. 슈뢰더 총리 못지않게 어려운 시절을 딛고 차기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성장한 이 분이 슈뢰더 총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흥미로운 대화가 펼쳐질 것 같아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자 두 분을 모시겠습니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이재명 성남시장입니다. 두 분 한 번 악수를 나누시도록 하시죠.

1. 슈뢰더와 이재명 '통일을 말하다'

[사회자]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

지금부터 이제 두 분과 함께 본격적인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슈뢰더와 이재명 '통일을 말하다'입니다. 한국과 독일 모두 분단의 아픔을 지닌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슈뢰더 총리께 여쭙고 싶습니다. 냉전 시기 미국에 종속돼 있던 독일이 어떻게 유럽 중심의 독립 외교를 추진하고 결실을 거둘 수 있게 되었는지요.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대담자] 슈뢰더 前 독일 총리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소련이 무너지고 바르샤바조약 기구가 동결되면서 결국 유럽이 분단되었던 역사를 극복하고 독립된 국가들이 사회 대안을 찾아 나서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가 독일의 통일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를 통일에 잘 적용했고 저의 전임자였던 총리가 잘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역사적인 상황이 다릅니다. 냉전이 첨예한 상황에서 유럽의 국가든 소련이든 합리적으로 이야기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즉 정치가 달라도 합리적으로 대화는 가능했는데 지금 한반도는 북한이 이러한 대화를 불가능하게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대화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대화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원하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새 정부가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에는 꼭 원칙이 필요합니다. 새 정부는 또한 강대국들과의 관계 개선도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가 러시아인데 주변 강대국들과의 협조가 없다면 한반도 갈등의 해법은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 중국, 한국이 공동으로 해야 해결책을 가질 수 있는데 미국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정책을 편다면 한반도의 갈등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를 파트너로 두기도 힘들게 될 것입니다.

[사회자]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하는지 시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대담자] 이재명 성남시장

현재 한반도 위기의 가장 핵심은 사실 이제 미국의 대륙 봉쇄정책, 그야말로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는 소위 신냉전체제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결국 미국의 군사적 또는 외교적 이익을 위해서 한반도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국익이 훼손되는 측면들이 있기 때문에 남북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여지를 확보하고 대화 국면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익을 중심으로 한 자주적인 균형외교라는 대원칙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자주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확보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담자] 슈뢰더 前 독일 총리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자주 외교가 실천에 옮겨진다면 정말 기쁠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에 할 수는 없고 단계적으로 해 나가야 할 것이고, 어떻게 보면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은 중견국가로 볼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중견국가가 강대국 없이 독립성을 갖는 것은 힘듭니다. 그런 독립 외교는 반드시 얻고자 할 만한 쟁취하고자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의구심을 표현해도 된다면, 사드 같은 경우는 주변 강대국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한반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사회자]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

이에 대해서 이 시장님은 따로 의견이 있으십니까

[대담자] 이재명 성남시장

공감하고 있습니다.

2. 슈뢰더와 이재명 '개혁을 말하다'

[사회자]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

그러면 주제를 바꿔보겠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슈뢰더와 이재명 '개혁을 말하다'로 정했습니다. 슈뢰더 총리님 '어젠다 2010'은 총리님께서 추진하신 전방위적 국가 개혁안입니다. 독일의 사회복지 및 고용정책의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대담자] 슈뢰더 前 독일 총리

우리는 고령화 시대 그리고 실업률 상승의 상황에서 변화와 개혁을 필요로 했습니다. 사회복지 제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 또한 예산을 교육이나 R&D 분야에 더 투자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독일에서 오랜 시간 경직되고 변화하지 못한 사회 보장 제도가 개혁에 직면했고 노동시장 경우도 매우 신중하게 자유화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청년들에게 신규 고용이 쉽게 일어나도록 노동시장을 완화해야 한다는 차원이었습니다.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 못지않게 신규 진입 청년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새 정부가 하고 있는 계획하는 개혁들이 제가 했던 개혁의 길과 유사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했던 개혁이 독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펴보면, 독일을 지금 더 강력하게 만드는 데 공헌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금수저가 아닌 사람도 열심히 일하면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자]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

이재명 시장님, 시장님께서는 아무래도 해고 요건을 완화하거나 사회복지 비용을 축소하는 정책에 이견이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당시 상황과 지금의 한국 상황은 단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시장님께서 사회복지를 강화하고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시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대담자] 이재명 성남시장

각 사회마다 처한 환경이 다를 수 있죠. 예를 들면 아마도 우리 총리께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정책을 취하던 그 시절은 아마도 독일 사회가 사회민주주의적인 요소가 강해서 그것이 오히려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상태였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우클릭’의 전략을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는 그와는 반대로 현재 지나치게 자유주의적 요소가 강해서 지나친 그야말로 독점, 또 불공정한 경쟁, 과도한 격차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복지를 확대하고 예를 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힘의 격차를 줄여주고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해야 되는 것이죠. 언제나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왼쪽이었으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면, 우리는 워낙 오른쪽에 있으니까 약간씩 왼쪽으로 이동해 가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대담자] 슈뢰더 前 독일 총리

개혁 정책을 결정하는 지금 시점과 좋은 성과가 나타나는 4~5년 후 이 사이에 선거가 실시되면 개혁 정책을 추진했던 정치인은 이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정치인도 자발적으로 권력을 포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도자는 선거 패배의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개혁이 필요하다면 책임지고 감당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길일 것입니다.

[대담자] 이재명 성남시장

슈뢰더 총리의 위대한 점이 바로 그런 점입니다. 국가를 위해서 필요하지만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다. 정말 정치 지도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꼭 배워야 될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배울 점이 많습니다.

[사회자]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

끝으로 총리님께 지금 영상으로 만나고 있는 한국의 국민 여러분들께 마지막 인사 말씀을 한마디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대담자] 슈뢰더 前 독일 총리

한국이 저에게는 다이내믹한 역동적인 국가, 근면 성실함을 가진 국가로 다가왔습니다. 새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의지 이런 것들이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사회자]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

오늘 시간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