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이 수원과 극적인 무승부를 이룬 뒤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사진=인천 유나이티드)
다음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노리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와 2부리그 강등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3일 오후 6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만나 끝내 승리 팀을 가리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이겨야 할 이유는 각자 분명했다. 그래도 더 절실한 팀은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사실이 종료 직전 확인된 또 하나의 명승부였다. 경기 시간 80분에 가까워질 때까지 점수판은 변함 없었다. 순위표와 상관 없이 수도권 라이벌 팀인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블루윙즈는 경기 끝무렵 승리의 외나무다리 위에서 어김없이 만나야 했다.
먼저 웃은 팀은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였다. 79분, 유능한 공격형 미드필더 산토스가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을 때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하창래가 이를 막기 위해 몸을 날렸다가 왼팔로 공을 건드렸다. 어김없이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후반전 교체 선수 염기훈이었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은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의 무실점-무패 기록을 든든히 이끌어가고 있는 이진형 골키퍼를 상대로 침착하게 엇박자 스텝을 밟아가며 왼발 인사이드 킥을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하지만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대로 주저앉을 팀이 아니었다. 그들도 최근 경기를 치르며 종료 직전 극장 골 명승부를 만들어낸 기억이 또렷하기에 곧바로 일어섰다. 발 빠른 왼쪽 풀백 김용환이 수원 블루윙즈 수비 뒤를 파고든 것이다.
그 순간 김용환이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넘어지며 길게 휘슬 소리가 울렸다. 수원 블루윙즈 수비수 장호익의 밀기 반칙이 선언된 것이다. 휘슬을 분 송민석 주심은 페널티 스팟을 가리켰지만 잠시 후 VAR(비디오 판독 심판) 도움을 받아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 바로 밖 직접 프리킥으로 정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억울한 감정이 쌓인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기형 감독이 거칠게 항의하다가 87분에 퇴장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감독이 쫓겨났다고 해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90분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기어코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최종환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대응하기 위해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김대중을 따라다니던 선취골 주인공 염기훈의 왼팔에 공이 맞고 떨어졌다. 이번에는 VAR 도움을 얻을 필요도 없이 명백한 페널티킥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페널티킥 상황이 더 기가막혔다. 키커로 한석종이 나서서 오른발 슛을 시도한 것을 수원 블루윙즈 골키퍼 신화용이 왼쪽으로 몸을 날려 쳐낸 것이다. 골문 바로 뒤에서 탄식이 들렸지만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흐른 공을 다시 소유한 한석종은 오른발 슛을 또 시도했다.
그 공이 수원 수비수 매튜의 몸에 맞고 나온 것을 인천 유나이티드 하창래가 오른발 허벅지로 컨트롤했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발등으로 걷어찬 발리슛이 정확하게 수원 블루윙즈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인천 유나이티드 홈팬들은 또 하나의 극장 골에 박수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6일 전 FC 서울을 1-0으로 이긴 순간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후반전 추가 시간이 더 남아있었다. 여기서 수원 블루윙즈의 산토스가 가장 빛났다. 후반전 교체 선수 김건희의 헤더 패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 슛(90+3분)을 날렸을 때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진형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도 빛났다. 또 산토스는 후반전 추가 시간 6분도 다 끝난 시각에 염기훈의 오른쪽 프리킥을 받아 회심의 헤더 결승골을 노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와 하늘을 쳐다보며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핸드 볼 반칙과 페널티킥으로 이어진 '염기훈-하창래'의 기구한 운명도 모자라 산토스의 골대 불운까지,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블루윙즈의 인연은 이제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