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효과 없는 '슈퍼 말라리아' 동남아서 확산

입력 2017-09-23 19:06


치료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는 이른바 '슈퍼 말라리아'가 동남아시아 메콩 강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23일 보도했다.

태국 방콕에 있는 옥스퍼드 열대 의학 연구팀은 영국 의학전문지 '더 랜싯'(The Lancet)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말라리아 치료 약물인 아르테미시닌에 내성을 지닌 말라리아 원충이 메콩 강 유역 일대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PfKelch'로 불리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약물 내성을 갖게 된 이 원충은 캄보디아 서부 파일린 지역에서 처음 생겨났으며, 태국 남동부 지역을 거쳐, 최근에는 베트남 남부까지 확산했다.

치료제 내성을 가진 원충이 확산하면서 매년 2억명 이상이 감염되는 말라리아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기를 매개로 확산하는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에게는 통상 아르테미시닌을 투여하고 새로운 복합제인 파이퍼라퀸이라는 약물도 사용하지만, 최근 확산하는 원충은 두 가지 약 모두 듣지 않는 경우가 높다.

연구팀을 이끄는 아르젠 돈도프 박사는 "베트남에서는 말라리아 감염 환자의 3분의 1,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서는 60에 육박하는 환자들에게서 치료 약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약제 내성을 가진 원충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메콩 강 유역 전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로 전이될 수도 있다"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기 전에 이 원충을 일소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덧붙였다.

웰컴 트러스트 의료연구소의 마이클 츄 연구원은 "대부분의 약제에 내성을 가진 이 원충의 확산은 놀랄만한 수준으로 전 세계 공중보건 계에 던지는 중요한 암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말라리아를 포함해 약제 내성 감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만 명 가량이 사망한다"며 "조처를 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약제 내성 감염병 사망자는 연간 수백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