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골’ 쏟아진 K리그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의 놀라운 ‘시우타임’

입력 2017-09-19 07:17
▲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가 88분에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사진=와우스포츠)
경기가 끝나기 전 5분 언저리에 터지는 '극장 골'이 16일, 17일 나뉘어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에는 유독 많이 터져나왔다.

먼저 9월 16일(토) 오후 3시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강원 FC와 전남 드래곤즈의 대결에서 종료 직전에 극장 골이 터지면서 끝났다. 홈 팀 강원 FC가 오랜만에 홈팬들 앞에서 승리 소식을 자랑하는 흐름이었기 때문에 이 극장 골이 더 놀라웠다.

후반전 초반에 전남 드래곤즈에게 먼저 2골을 헌납한 강원 FC는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팀 중심을 바로잡아 믿기 힘든 대역전 드라마를 만드는 듯 보였다.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와 정조국이 그 중요한 역할을 해낸 것이다. 69분, 이근호의 왼쪽 크로스를 받아 정조국이 몸을 날리며 이마로 넣은 2-2 동점골이 압권이었다.

강원 FC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84분에 이근호가 짜릿한 역전 헤더 골을 터뜨렸다. 디에고의 집념이 빛나는 간접 도움이 있었기에 크로스바에 맞고 떨어지는 공을 이근호가 이마로 밀어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강원 FC 선수들이나 팬들은 이렇게 3-2 펠레 스코어 대역전승을 믿고 기다렸다. 그런데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다 끝나고 전남 드래곤즈의 마지막 코너킥 세트 피스에서 허용준의 헤더 슛이 강원 FC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강원 FC로서는 마지막 순간 방심이 승점 2점을 날려버린 셈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28초에 점수판이 3-3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어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 광주 FC의 대결은 더 놀라운 극장 골들이 터져나왔다. 90분 정규 시간이 끝날 때 점수판이 1-1이었지만 실제로 추가 시간 4분하고도 21초가 흐른 뒤의 상황은 3-2로 끝난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만 3골이 나온 것이다. 그 주역은 상주 상무의 간판 골잡이 주민규와 슈퍼 서브 김병오였다.

홈 팀 상주 상무로서는 90+2분에 김병오의 패스를 받은 주민규가 추가골을 터뜨려 2-1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광주 FC 교체 선수 조주영에게 극적인 동점골(90+4분)을 얻어맞아 2-2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런데 종료 휘슬이 아직 울리지 않았다. 추가 시간에 골이 여러 개가 나왔기 때문에 세리머니에 소요된 시간을 몇 십 초 더 주는 것으로 보였다. 여기서 상주 상무의 진짜 뒷심이 빛났다. 김병오의 듬직한 드리블 이후 주민규에게 해트트릭 기회가 찾아왔지만 그는 욕심내지 않고 더 좋은 위치를 잡은 김호남에게 기막힌 어시스트를 해 주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21초에 김호남의 3-2 펠레 스코어 극장 골이 그렇게 터진 것이다.

토요일 극장 골 기운은 일요일 낮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 그대로 이어졌다. 강팀 FC 서울을 불러들인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독기를 품고 달려들어 승리에 대한 절실함을 담아낸 끝에 88분에 귀중한 결승골을 뽑아낸 것이다.

왼쪽 측면 역습 과정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셋(김보섭-김대중-송시우)이 오랜만에 미드필더로 나온 김도혁과 어울려 멋진 패스 줄기를 자랑했다. 그 아름다운 마침표는 송시우가 찍었다. 오프 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는 김대중의 마지막 패스를 받아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결승골을 뽑은 송시우는 환호하는 팬들 앞으로 달려가면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시우 타임' 세리머니를 펼쳤다.

지난 시즌에 프로에 데뷔하면서 지금까지 터뜨린 10골 가운데 6골이 이른바 극장 골 시간대(85분 이후)에 나왔으니 '시우 타임'이라는 축구장의 신조어가 너무나 어울리는 순간을 또 한 번 누린 것이다. 이로써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상주 상무를 다시 밀어내고 10위 자리에 올라 강등권 탈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렇게 극장 골 기쁨을 누린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 유나이티드는 공교롭게도 9월 20일(수) 광양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30라운드에서 만나게 되었다.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각각 4경기씩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기에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양상이라 축구장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가을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