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그린 그림의 소유권을 놓고 한 교회와 소송 끝에 패소한 유명 설치미술가 전수천(70)이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작가는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알리면서 "작가로서 자존심과 명예에 큰 상처를 입은 만큼 다시 법의 판단을 받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1993년부터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한 교회에 걸려 있는 작품 '무제'를 두고 이 교회와 2014년부터 약 3년간 소송을 벌였다.
1990년대 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작가는 1993년 9월 이 교회 성전기념비를 제작해준 것을 계기로 알게 된 박 모 목사에게 또다른 작품 '무제'의 교회 보관을 요청했다. '무제'는 작가가 1990년 뉴욕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2014년 3월 보수를 이유로 '무제'를 들고간 작가는 교회에 작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1994년 7월 작품 판매대금 500만 원을 지출했다는 취지가 담긴 교회 회의록 등을 토대로 작가가 교회에 그림을 판 것으로 판단, 작가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작가는 "작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며 보관만 요청했다"라며 소유권을 주장했지만, 올해 봄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미국 출국에 앞서 작품 운반비용이 상당하고 국내에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박 목사에게 보관을 요청했던 것"이라면서 "해당 작품은 교회 소유가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작가는 일단 '무제'를 법원 권유에 따라 교회로 돌려준 상태다.
작가는 500만 원 지급 취지가 적힌 회의록을 두고서는 "교회로부터 받은 금전은 1993년 10월 수령한 400만 원이 전부다. 그것도 성전기념비 무료 제작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교회 측이) 항공료 등에 보태 쓰라며 준 것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1억5천만 원 상당의 성전기념비까지 무료로 제작해준 상황에서 해당 작품을 500만 원에 매도할 이유는 전혀 없다"라면서 "회의록은 교회 측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일 뿐,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수년 전 부임해 이 교회를 이끄는 이모 목사는 해외에 체류 중이다.
그는 작가가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는 소식에 일주일 뒤 귀국 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전 작가는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은 국내의 대표적인 설치미술가 중 한 사람이다. 2005년 흰 천으로 뒤덮인 열차가 미국을 횡단하는 '움직이는 드로잉-영원한 민족 비전의 선' 프로젝트 등으로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