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가 강타한 카리브 해에 있는 영국 해외령들에 대한 구호 자금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영국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용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작년까지 영국 외무부 카리브 해·영국 해외령 담당차관을 지낸 집권 보수당 제임스 두드리지 하원의원은 14일(현지시간) 영국 보수 일간 텔레그래프에 "130억파운드(약 19조5천억원)의 공적개발원조 자금을 쓰면서 영국 해외령들에는 이 돈을 한 푼도 못쓴다는 건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두드리지 의원은 "이 규정들은 부유한 국가들과 '무역을 위한 원조'를 막으려는 의도로 둔 것들인데 현실에 맞지 않은 만큼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규정들은 기본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공적개발원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드리지 의원이 말한 이들 규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해 마련돼 현재 영국법에 반영된 규정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영국 해외령들은 공적개발원조 대상국이 될 수 없는 '부유한' 나라들에 속한다.
어마가 휩쓸고 간 카리브 해에는 앙귈라, 브리티시 버진아일랜드, 터크스·케이커스 아일랜드, 몬트세랫 등 영국 해외령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섬에는 모두 50만명의 영국 국적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영국에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14개의 해외령이 있다.
어마로 인해 앙귈라와 브리티시 버진아일랜드에서 모두 9명이 숨지고 막대한 재산손해를 입었다.
영국 식민지들이었던 카리브 해 영국 해외령들은 자치를 하고 있다. 영국은 이들 영국 해외령에 대해 국방과 외교만 대표한다.
영국 정부는 어마 피해를 본 영국 해외령들에 5천700만파운드를 쓰겠다고 약속했고 앙귈라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텔레그래프는 정부가 약속한 5천700만파운드는 공적개발원조 예산이 아니라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적개발원조 담당부처인 국제개발부 대변인은 "공적개발원조 개혁은 (집권) 보수당 공약이고 현 규정들이 재난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