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를 대상으로 퇴출활동을 전개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종북인물'로 규정, 박 시장에 대한 견제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11일 '국정원 적폐청산TF'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 세력 퇴출활동과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에 대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금지 위반 등으로 검찰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또 박원순 시장 비판활동과 관련해서는 원 전 원장 등에 대해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위반으로 검찰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적폐청산TF 조사결과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수시로 여론을 주도하는 문화·예술계 내 특정 인물·단체를 대상으로 퇴출 및 반대 등 압박활동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정원은 ▲대통령에 대한 언어테러로 명예를 실추 ▲좌(左)성향 영상물 제작으로 불신감 주입 ▲촛불시위 참여를 통해 젊은층 선동 등을 사유로 분야별 퇴출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이 퇴출활동을 펼친 문화·연예계 인물은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6명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배우 8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가수 8명이다.
또 당시 청와대에서도 문화·연예계 인사의 좌편향 실태 파악을 수시로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위는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에 ▲좌파성향 감독들의 이념 편향적 영화 제작 실태 종합 및 좌편향 방송PD 주요 제작활동 실태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방안 ▲좌편향 연예인들의 활동 실태 및 고려사항 파악 ▲마약류 프로포폴 유통실태, 일부 연예인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소문 확인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좌편향 성향 언론인·학자·연예인이 진행하는 TV 및 라디오 고정 프로그램 실태 파악 등을 수시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정원은 2009년 7월 김주성 전 기조실장 주도로 문화·연예계 대응을 위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 정부 비판 연예인의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및 소속사 대상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의 인사 조처 유도 등 전방위적으로 퇴출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정원 개혁위는 밝혔다.
아울러 온·오프라인에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전개, 오프라인에서는 유관 부처와 기관을 조정하는 등 직접적인 조치를 통해 압박했고, 온라인에서는 특정 연예인의 교체는 인기 하락에 따른 당연한 조치라는 댓글을 다는 등 문화 ·연예계 좌편향 인사를 대상으로 심리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또 2013년 5월 언론에 공개된 '서울시장의 左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 등 2건의 문건은 국정원이 작성해 이와 관련한 심리전 활동도 수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울시장의 左편향 시정 운영실태 및 대응방안' 문건은 2011년 11월 원세훈 전 원장이 박 시장을 '종북인물'로 규정하고 간부회의 등에서 박 시장에 대한 견제방안 마련을 지시해 담당 부서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은 해당 문건에 따라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와 협조해 가두집회를 개최하고 박 시장 비판광고를 게재했으며, 포털 사이트 '다음'에 서울시장 불신임 이슈 청원을 개설,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 문건은 2011년 5월 원세훈 전 원장 등 지휘부에서 '반값 등록금 주장은 야당과 종북좌파의 대정부 공세로 북한도 이를 대남 심리전에 활용하고 있다'며 대응을 지시해 담당 부서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국정원은 2009년 9월 원 전 원장의 지시로 박원순 비리의혹 폭로활동을 펼쳤으며, 2010년 9월 국정원이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 제기한 명예훼손 판결에서 패소하자 원 전 원장은 해당 판결을 '좌편향 판결'로 규정하고 법원판결 규탄 및 박 시장에 대한 비판활동을 강화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심리전단은 포털 사이트에 판결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글을 게재했으며, 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에 '국가기관의 기본권 무시 左편향 판결'이라는 글을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