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호텔 객실요청 논란에 심경토로 “내 집만 있었더라면…”

입력 2017-09-11 00:31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로 유명한 최영미(56) 시인이 서울의 한 호텔에 홍보 대가로 객실 투숙을 요청해 갑질이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졌다. 최 시인은 공짜로 방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누리꾼들의 양분된 의견이 온종일 온라인을 달궜다.

최영미 시인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다. 내 인생은 이사에서 시작해 이사로 끝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 내 로망이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 살다 죽는 것.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라고 썼다. 그러면서 서울 서교동의 한 호텔에 보냈다는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저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제게 ○○○ 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를 좋아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과 ○○○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었어요. 제 페북에도 글 올렸어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라셨을 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공짜 객실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최영미 시인은 호텔 측에 추가로 보낸 이메일을 공개하며 “무료로 방을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SNS에서 벌어진 ‘갑질논란’에 대해서는 “평생 누구에게도 공짜로 뭘 달라고 요구한 적 없다. 너무 고지식하게 살아 지금 가난해진 건데…. 기가 막히다”며 억울해했다.

최영미 시인은 “이게 뭐 대단한 기사거리인가. 계속 글이 쏟아진다”며 “처음엔 홍보해주고 시 낭송 등 서비스 제공하고 그 대가로 무료투숙 생각한 것 맞다. ‘디스카운트’ 운운한 호텔의 답신을 보고 이들이 스트레스 받는구나 생각해 방값은 방보고 정하자는 답신을 보냈다. 그때도 내가 홍보 해주고 매주 시 낭송하면 한달 방값이 되고도 남는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남들이 갑질이다 난리니, 호텔에 상징적으로 한 달에 얼마라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해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새삼 깨달았다. 한국 사람들은 울 줄은 아는데, 웃을 줄은 모르는 것 같다. 행간의 위트도 읽지 못하고”라고 꼬집으며 “내가 내 집만 있었더라면 이런 수모 당하지 않는데...”라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트위터리안 tyma****는 “자본주의 시장에선 누구든 본인을 거래로 내세울 수 있고 상대는 거부하면 그만이다. 이게 왜 거지인가? 문인은 그자체로 상품이고 아니면 그만이다”라고 적었다. soreun*****는 “연예인이 얼굴 팔아 몇 억씩 받아가며 CF 찍은 건 괜찮고 시인이 자신의 브랜드 이용해서 호텔과 계약하고 방 빌려 쓰면서 글 쓰는 건 진상인가? 최영미같은 꽤 유명한 시인조차 불안정한 생활하면서 글 써야하는 현실, 거기에 방점 있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woohyun****는 “문학을 사치로 한 사람. 탐욕을 예쁜 말로 포장한다고 시가 되고 문학이되나? 평범속인보다 못한 탐욕오만”이라 꼬집었다. 겸손이***은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하구요. 수영장 있음 더 좋겠어요.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 이 내용에 최시인을 다시 보게 됐다. 팬으로서 대 실망이다”라고 썼다.

한편 최영미 시은 지난해 5월 페이스북에 저소득층 대상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이 된 사실을 공개하며 생활고를 토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