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故마광수,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

입력 2017-09-06 10:25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애도했다.

허지웅은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절실할 때는 존재하지 않다가 영 엉뚱할 때만 홀연히 나타나 내가 너보다 윤리적으로 탁월하다는 우월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에 질려 세련된 문장과 위악을 양손에 들고 치열하게 싸웠으나, 결국 위악으로 사로잡을 수 있는 마음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패배해 유배당하고 조롱당했던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 삶의 악취에 천천히 질식해 쓰러지다. 마광수 1951~2017"라는 글을 올리며 세상을 떠난 마광수 전 교수를 추모했다.

마광수 전 교수는 전날 오후 1시 35분께 아파트 자택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방 책상에는 A4 용지 한 장에 자신의 유산을 가족에게 남긴다는 내용의 자필 유언장이 놓여 있었다. 그는 재작년 모친을 여읜 뒤로는 서울 용산의 자택에서 혼자 살았다.

마광수 전 교수는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와 대학원을 나왔다. 성에 대한 가감없는 묘사가 담긴 소설로 널리 알려졌지만 문학 인생의 출발은 시였다. 윤동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77년 현대문학에 '배꼽에' 등 6편의 시가 추천되며 등단했다. 28세에 대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천재로도 불렸다.

1991년 소설 '즐거운 사라'를 펴내고 이듬해 10월 음란물 제작·반포 혐의로 구속되면서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고인이 구속되자 문학계뿐 아니라 미술·영화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구명운동을 벌였으나, 3년간 재판 끝에 1995년 6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마광수 전 교수는 이후 대법원 확정판결로 해직됐다가 1998년 특별사면을 받았다. 복권 이후 다시 연세대 강단에 섰다. 그러나 개인 홈페이지에 '즐거운 사라'를 비롯한 음란물을 올린 혐의로 약식기소되고 제자의 시를 자신의 시집에 실었다가 사과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에 계속 휘말렸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그는 해직 경력 탓에 명예교수 직함도 얻지 못했고 필화 사건의 상처와 동료 교수들의 따돌림에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