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내 상황을 고려하면 관철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 권한만으로 무역협정을 폐기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북한의 핵 도발로 한미 대북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한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데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발언은 한미 FTA 개정 논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아직은 더 우세하다.
3일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국내 법상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한미 FTA를 폐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협정문 제24.5조는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정을 종료하려면 미국이 협정 이행을 위해 제정한 각종 국내 법안을 개정·폐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다.
통상 협정 협상 및 체결 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있기 때문에 개정 협상도 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 의회의 상원 재무위원장과 하원 세입위원장 등 무역 협상 관련 상임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7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보낸 서한에서 의회와의 긴밀한 협의와 신중한 협상을 요청했다.
특히 이들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 발생하는 어떤 변화도 의회의 위임을 받지 않거나 의회가 법규를 개정하지 않고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에 큰 부담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미 FTA를 폐기할 경우 양국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